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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 타격 3관왕 이대호(25·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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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 돌풍의 주역은 SK LG 롯데 3팀이다. 작년 나란히 6~8위로 시즌을 마쳤던 팀들이 올 시즌 초반부터 4강권을 형성하며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3팀 안방구장들이 큰 것도 물론 한몫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4강권 팀들은 한결같이 긴 경기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템포가 빠른 야구를 추구하는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꼴이다. 승률 1위의 SK는 경기시간에서도 단연 1위다. 26일까지 치른 17경기에서 3분의 1에 가까운 5경기(29%)가 연장전이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당 평균시간이 3시간39분에 이른다. 승리에 대한 집착이 큰 나머지 투수들을 많이 투입하거나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는 경우가 빈번한 탓이다. SK의 17경기 중 1점차 승부가 7차례(5승2패), 무승부가 2차례나 되는 걸 보면 김성근 감독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26일 롯데전이 있기 전까진 ‘연장불패’(2승2무)의 끈질긴 승부욕을 보여왔다. 하지만 26일 마산에선 연장전에서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그 긴(4시간6분)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은 지난해 타격 3관왕 이대호(25·롯데·사진)였다. 이대호는 연장 10회 SK 베테랑 조웅천을 상대로 끝내기 솔로포를 터뜨리고는 “홈런이 아니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장쾌한 홈런포가 없었다면, 이날 경기는 연장 12회까지 계속되면서 팬들의 눈살을 더 찌푸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프로는 승패를 놓고 경쟁하는 게임이지만, 흥행이 되질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마산 안방팬들에게 화끈한 홈런쇼를 보여준 이대호의 ‘집중’이 ‘집착’으로 늘어지는 프로야구에 비해 더 빛나는 이유는 아닐까?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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