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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8 14:27 수정 : 2007.05.08 15:26

두산 박종훈 감독.

박종훈 두산 2군감독 “꿈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지만…”
박윤 SK 2군 외야수 “아버지 닮았다는 소리 들으면 기분 짱”

1루 더그아웃의 아버지는 그라운드 위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들은 상대팀 선수다. 혹시 같은팀 선수들이 눈치챌까 선글라스를 낀 채 아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두산 베어스 박종훈(48) 2군 감독과 SK 와이번스 새내기 외야수 박윤(19). 박 감독은 프로 데뷔(1983년) 첫해 최다안타상과 신인왕·골든글러브를 휩쓴 스타였지만, 아들은 아직 1군 신고를 하지 못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프로야구 선후배이기도 한 이들의 얘기를 편지형식으로 구성했다.

“아빠가 야구 많이 반대했었지?”

아들에게=윤아, 지난번 경기 모습을 보니 조금 더 다듬어져야 할 것 같더라. 타격 폼이 많이 흐트러져 있더구나. 송구나 베이스 러닝 보완도 필요하고. 네가 프로선수가 되었다니 아빠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단다. 너만 인천에서 숙소생활을 따로 하다 보니 예전보다 대화가 줄어들어서 마음이 조금 허전하기도 하고 ….

그러고 보니 네가 처음 야구를 하겠다고 했던 때가 생각나는구나. 아빠가 많이 반대했었지? 네가 머리도 아프고, 몸도 고통스러운 야구선수가 되는 게 싫었단다. 공부만 했으면 몸이라도 편했을텐데. 그래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겠다 싶어 시켰는데 곧잘 따라하는 네가 아주 대견스러웠지. 나처럼 되라고는 하지 않겠다.


요즘 신인들이 1군에서 자리를 꿰차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꿈같은 일이 일어나서 신인 때부터 1군을 쫓아다녔으면 싶지만, 프로라는 곳이 과정이 있으니까 강하게 컸으면 좋겠다. 2군에 몸담고 있어도 네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그려봤으면 하는구나.

너와 찍은 사진이 있나 싶어 찾아봤더니 없더라. 운동하는 부자의 비애라고 할까. 이참에 사진 한번 같이 찍자구나. 예전에 함께 자주 가던 목욕탕도 같이 가고. 네 등짝 한번 밀어주고 싶구나, 하하.

“아버지랑 저랑 타격 폼과 뛰는 모습이 똑같대요”

SK 외야수 박윤 선수.
아버지께=좋은 모습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아마도 무릎염증 때문에 3주 동안 쉬어서 훈련부족인가 봐요. 김성근 감독님이 아버지랑 저랑 타격 폼이나 뛰는 모습이 정말 똑같대요. 전 아버지와 닮았다는 소리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을 닮았다고 하니 칭찬이잖아요. 외모까지 닮았나 싶어 아버지 고교 앨범을 찾아봤어요. 정말 앨범 안에 저랑 똑같은 사람이 있더라고요. ㅎㅎ.

요즘은 행동이나 말하는 데 조심하게 돼요. 주위 사람들 모두 아버지 친구분들이시고 선배시고 후배시잖아요. 1군에 빨리 올라가고는 싶은데 프로가 역시 수준이 높은 것 같아요.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이 모자라는 것 같고, 생각만큼 못하는 것 같아 많이 답답하기도 해요. 역시 중3 때(그는 당시 문학구장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때려냈다)가 제일 야구를 잘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야구를 시작했을 때 금방 포기하실 줄 아셨죠? 포기 잘하는 아이였으니까요. 하지만 한번도 야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아버지 아들이잖아요. 프로에서 꼭 이루고픈 것은 아직 없어요. 단지 투자한 노력과 시간만큼은 꼭 돌려받고 싶어요. 그런데, 아버지! 제 첫 월급은 몽땅 저 주신다는 거 까먹으셨죠? 그래서 내복은 없어요~.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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