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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06 20:33 수정 : 2007.08.06 20:33

전준호

36.5도 데이트

“도루는 빠른 발보다 상황 궤뚫는 눈이죠”

영남대 동기였던 둘은 외야수였는데, 1번과 3번 타순을 맡았다. 당시 감독은 부지런하지 못해 부상이 잦은 1번 타자에겐 프로 입문을 만류한 대신 3번 타자에게는 프로를 추천했다. 하지만 인생살이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법. 3번 타자는 1년을 뛴 뒤 프로팀(LG)을 떠났는데, 그는 현재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나진균씨다. 반면, 1번 타자는 지난 7월20일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17년 연속 두자릿수 도루라는 대기록을 세운 전준호(38·현대 유니콘스) 선수다.

‘롱런’의 비결을 물었다. “나이 들면 두가지가 현격히 떨어지죠. 순발력과 유연성. 이걸 만회하려고 (스프링)캠프 때 강도높은 훈련을 합니다. 그런데, 이것만 해선 안되더군요. 시즌 끝나면 4주일 정도 쉬고 바로 운동 시작합니다. 그게 지금까지 큰 부상없이 여기까지 오게 된 힘이었죠.”

그의 전매특허는 도루다. 한 시즌에 각각 75개, 69개, 53개의 루를 훔친 1993년과 95년, 그리고 2004년 도루왕에 올랐다. 6일 현재 통산 531도루를 기록중이다. 남들보다 빨리 달려서 가능한 것일까?

“사실, 초등학교 5년 때부터 100·200m와 멀리뛰기 육상을 했죠. 100m 최고기록은 11초대이구요. 그런데 야구에서 도루는 빨리 뛴다고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상황을 궤뚫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나 할까요.”

김시진 현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홈런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도루는 다릅니다. 우선 투수와 싸움에서 볼넷이든 안타든 번트든 어떻게 해서라도 이겨야 합니다. 그렇게 나간 루상에서 다시 또 승부를 거는 거죠.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현역 타자로는 팀내 포수 김동수(39)에 이어 두번째 고령인 전준호를 선두타자로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 나이에도 출루율 0.398(9위) 타격 0.318(8위)을 자랑하고 있다.

일본야구 3000안타(3085안타)와 7차례 수위타자 기록 보유자 장훈씨를 존경한다고 했다. “마산고 시절 그분 자서전을 읽고 야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죠. 그 어려웠던 시절에 그런 대기록을 이뤄낸 걸 보면, 지금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요.” 1995년 한일슈퍼게임 출전차 도쿄돔에 갔을 때 그토록 영웅으로 여기던 장훈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때 그러시더군요. 내가 3000안타 치고 여러차례 타격왕에 오른 것은 홈런과 안타 때문이 아니라 바로, 1·2루간 기습번트를 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내 야구인생에 큰 전기가 됐지요.” 빠른 발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번트는 그의 두번째 전매특허가 됐다.


그는 프로야구의 ‘대표 1번 타자’이기도 하다. “선두타자요? 조연이죠. 중심타선이 멋진 역할을 하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팀이 승리할 수 있지요. 그래도 많은 팬들은 기동력 야구도 좋아 하지 않나요?”

마흔이 넘어서도 계속 야구를 하고 싶다는 전준호는 한국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노장들도 몸만 잘 관리하면 좋은 선수로 활동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전준호는 누구

생년월 1969년 2월 출생

출신교 마산동중-마산고-영남대

프로팀 1991년 롯데-1997년 현대 이적

체격 1m80, 72㎏

수상 1993·1995·2004 도루왕

1993·1995·1998 골든글러브

1995 득점왕

기록 17년 연속 두자릿수 도루

통산 최다도루(531개)

통산 최다3루타(95개)

수원/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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