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8.10 20:33 수정 : 2007.08.10 20:44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756호 홈런을 쳤을 때 썼던 헬멧과 그의 756호 홈런 달성 기사가 실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문. 이들은 11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쿠퍼스타운 야구 명예의 전당에 안치된다. 뉴욕/AP 연합

‘스테로이드 닷 컴’ 사이트가 있다. 세계 어느 누구라도 원하면 처방전 없이도 근육강화용 스테로이드제를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다. 국내에선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 가능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스테로이드제다.

31년 해묵은 메이저리그 최다홈런 기록을 경신하면서 연일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배리 본즈(4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에서는 그를 ‘위대한 홈런왕’이 아닌 ‘사기꾼’으로 부른다.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스테로이드 등 약물에 의존해 세기의 기록을 깼다고 그들은 단정짓는다.

물론 본즈는 2003년부터 시행된 메이저리그 도핑테스트에서 최종적으로 양성반응이 나온 적이 없다. 그러나 2003년말 터진 발코 스캔들에 본즈의 개인 트레이너가 연루되면서 2003년 이전의 행적이 도마에 올랐다. 본즈는 2003년 12월 연방 대배심 청문회에서 “스테로이드제인지 몰랐다”고 증언했으나 이 때문에 의혹만 더 커졌고 본즈 앞에는 ‘거짓말쟁이’라는 수식어가 더 따라붙었다.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0일(한국시각)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해바라기씨를 먹으면서 덕아웃에 앉아 있다. 본즈는 이날 선발출장명단에서 제외됐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
메이저리그에서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복용설로 낭패를 본 이는 비단 본즈 만이 아니다.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제이슨 지암비, 게리 셰필드, 라파엘 팔메이로, 호세 칸세코 등 시대를 풍미했던 강타자들이 금지약물 복용의혹을 받았고 또 일부는 시인을 했다. 이들 중 1996년 40홈런을 치면서 리그 최우수선수에 뽑혔던 켄 케미니티는 2004년 41살 나이로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스테로이드 과다사용에 의한 부작용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케미니티는 죽기 전에 “1996년 당시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다수의 선수들 중 유독 본즈에게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그가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홈런 기록 뿐 아니라, 통산 최다홈런기록까지 깼기 때문이다. 대다수 팬들은 “약물로 오염된 대기록은 인정할 수 없다”며 본즈에게서 등을 돌린다. 본인이 인정하든, 안하든 본즈는 은퇴할 때까지, 혹은 그의 기록이 누군가에 의해 다시 깨질 때까지 스테로이드 악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는 어떨까. 일각에서는 외국인선수가 수입되기 시작한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근육강화용 스테로이드제가 유입됐다고 본다. 그러나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은 없다. 다만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가 지난 5월 롯데에서 퇴출된 후 두달 만에 멕시칸리그에서 도핑테스트에 걸려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사실로 미뤄 국내프로야구가 그동안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에 대해 얼마나 방관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이같은 사태를 인지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올해부터 도핑테스트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시즌 후반으로 치닫고 있는 아직까지도 도핑테스트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KBO는 프로야구 선수협회 반발을 이유로 삼고, 프로야구 선수협쪽은 KBO의 늑장행정 때문이라고 이유를 댄다. 현재 양쪽은 도핑위원회 구성에는 합의를 봤지만,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선수들은 과연 스테로이드 등 금지 약물에서 자유로울까. 본즈처럼 세기의 대기록마저 오염되기 전에, 그리고 약물의 유혹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지경에 이르기 전에 예방책이 필요한 게 아닐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근육·관절 망가져 결국엔 ‘폐인’

약물복용 무엇이 문제

운동의 가장 큰 힘은 근력과 지구력이다. 이들 힘은 웨이트트레이닝이나 달리기 등 각종 훈련을 통해 증강시켜 갈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건너뛰려는 욕심 탓에 약물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약물은 신체 발달과 달리, 운동 효과를 가장 빨리 나타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물 사용의 후유증이 당장 나타나지 않아 괜찮다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과거 동독이나 옛 소련에서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위해 약물을 사용했던 선수들이 20년 이상 지나면서 폐인이 되는 사례가 속출돼 국제 스포츠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최근에는 프로 레슬로 크리스 베누와(40)가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채 발견돼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 위원을 맡고 있는 김현철 유나이티드 정형외과 원장은 “일단 약물을 사용하고 나면, 나중에 근육과 관절이 모두 망가져 폐인이 된다”면서 “경쟁 종목에서 손쉽게 성적을 거두기 위해 코치나 선수들로서는 유혹의 대상이지만 결코 손 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 이런 약물들을 병원이나 약국에서 쉽게 처방받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물 남용 소지가 크다”고 했다. 그는 “특히 도핑테스트를 엄격하게 하는 국제경기 외 종목에 대해서도 집중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오상 기자


사이클 등 100년전부터 ‘홍역’

스포츠 약물파동 역사

운동선수들은 이미 100년 전부터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19세기말 사이클 선수들이 운동능력을 높이고 피로와 고통을 덜기 위해 코카인 등을 복용한 뒤로, 사이클은 현재까지도 가장 많은 약물 추문을 낳고 있는 종목이다.

최고 권위 사이클 선수권인 ‘뚜르 드 프랑스’는 1967년 대회에서 한 선수가 암페타민 과다 복용으로 경기 도중 숨진 이래, 거의 매년 약물 복용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대회에서 대규모 약물복용 계획이 사전에 적발된 데 이어, 올해도 이미 두 팀이 약물복용 의혹으로 경기를 포기한 상태다. 13구간 우승자 알렉산더 비노쿠로프(카자흐스탄)는 산소운반능력을 높이기 위해 수혈을 받은 일이 들통 나기도 했다.

올림픽에 도핑테스트가 도입된 것은 1968년 그레노블 겨울대회부터다. 그러나 이미 1904년 제3회 대회(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마라톤 우승자인 토마스 힉스(미국)가 중추신경흥분제인 스트리크닌을 사용한 것이 알려져 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바로 1988년 서울올림픽 벤 존슨 사건. 육상 100m에서 1위를 차지한 그는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를 포함해 무려 4종류의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고, 금메달은 2위였던 칼 루이스에게 돌아갔다.

2005년 미국의 제약 회사인 베이에이리어연구소(BALCO)가 스테로이드 유통과 돈세탁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배리 본즈도 약물복용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고 2006년에 출간된 <그림자 게임>이라는 책에서도 배리본즈를 비롯한 유명선수들의 약물복용을 고발한 바 있다.

유동엽 인턴기자(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1999bom@naver.com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