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09 19:57
수정 : 2007.09.1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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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4번 본능’ 이승엽 대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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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딛고 두 경기서 홈런 4방
스윙 속도붙어 공 대응력 향상
올 시즌 들어 부상으로 내내 고전했던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종반에 대폭발하고 있다. 이승엽은 7, 8일 한신 타이거스전에서 각각 3개, 1개의 홈런을 몰아 쳤다. 마치 ‘안 터지던 잭팟이 갑자기 터지며 동전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듯한 기세다. 이틀 동안 4개의 홈런을 몰아 친 기세 덕에 이승엽은 9일 한신전에서는 지난 8월3일 야쿠르트 스왈로스 경기 이후 37일 만에 4번 타자로 복귀했다.
이승엽의 막판 대폭발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우선 빨라진 스윙 속도가 꼽힌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 인터넷판은 이승엽이 8일 도쿄돔 한신전에서 6회에 친 동점 솔로홈런은 투수의 공을 잘못 읽었는데도 스윙 스피드가 붙어 홈런이 됐다고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기태 요미우리 타격 보조코치의 말을 인용해 “스윙 스피드가 붙었기 때문에 홈런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홈런은 1986년 도쿄돔 개장 이후 요미우리 선수가 친 통산 1500호 홈런이 돼 의미가 각별했다.
<스포츠호치>는 이승엽이 일본 진출 이래 처음으로 3개의 홈런을 몰아친 7일에는 “이승엽은 7일 한신전부터 스파이크를 교체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예전보다 착용감이 우수한 최신형 스파이크다. 메이저리거나 소수의 일본 선수만 갖고 있는 최신 병기로 땅을 딛고, 홈런을 양산했다”며 이승엽의 새 스파이크를 주목하기도 했다.
이승엽의 홈런포를 시기했는지 4번 타자로 복귀한 9일 경기에서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5-5로 맞선 7회 초 한신 타이거스의 선두타자 앤디 시츠가 평범한 3루 땅볼 때 1루로 달리다 수비를 하던 이승엽의 왼발을 밟고 지나가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한 것. 이 모습을 지켜본 하라 다쓰노리(49) 요미우리 감독이 벤치를 박차고 나와 시츠에게 달려가 강력하게 항의하며 두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대치하는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몸싸움까지 가는 소동은 없었지만, 절정의 타격감으로 돌아온 이승엽에 대한 하라 감독의 ‘선수 보호 의지’가 잘 나타난 장면이었다.
이승엽은 이날 첫타석에서 중전안타를 쳐내며 6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지만 이후 침묵하면서 4타수 1안타 2볼넷에 그쳤다. 시즌 타율은 0.278을 유지했다. 요미우리는 연장 10회 접전 끝에 8-9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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