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6 23:33
수정 : 2007.10.2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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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1회말 2사 1루에서 4번타자 김동주(두산)를 삼진으로 처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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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수 10-0. 점수 4-0.
에스케이(SK) 선발투수 김광현(19)이 6회 1사까지 노히트 노런으로 만든 내용이다. 볼넷 2개만 내주며 두산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7회까지 매회 탈삼진 행진도 이어갔다. 상대가 시즌 22승(5패)에 빛나는 다니엘 리오스였기에 더 빛났다.
26일 잠실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 새내기 김광현이 깜짝 투구로 4-0 완봉승을 이끌었다. 에스케이는 안방 2패 뒤 적지에서 2승을 거두고 두산과 균형을 맞췄다. 김광현은 4차전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맷 랜들(두산)과 케니 레이번(SK)이 선발로 나서는 5차전은 27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올봄 안산공고를 졸업한 좌완 김광현은 7⅓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또 탈삼진 9개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사상 신인 최다 탈삼진 기록(종전 류현진·7개)을 갈아치웠다. 에스케이 타선은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로 2경기 연속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하며 김광현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김광현이 좋지 않으면 1회라도 교체하겠다”고 했지만 기우였다. 김광현은 최고 구속 시속 151㎞에 이르는 ‘광속구’로 두산 타자들을 압도했다. 두산은 6회말 1사까지 무안타로 눌리다가 이종욱의 중전안타로 노히트 노런을 면했다. 김광현은 “1회만 넘기자고 생각했는데 편하게 경기를 즐기며 던져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기뻐했다.
반면, 두산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는 나흘 만에 마운드에 오른 탓인지 5이닝 9안타(홈런 2개 포함) 뭇매를 맞고 3실점해 패전투수가 됐다. 두산은 4번 김동주가 4경기 무안타로 침묵하는 등 팀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1회초 김재현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에스케이는 5회 홈런 1위 팀답게 대포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5회 1사 후 조동화와 김재현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연속타자 홈런을 쏘아올렸다. 프로 7년 동안 홈런이 1개밖에 없던 조동화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 이어 다시 한번 ‘홈런 깜짝쇼’를 보였다. 결승 득점에 홈런포까지 쏘아올린 김재현은 “1·2차전 지고 나서 너무 속상했다. 잠도 3시간 밖에 못 자고 나왔는데, 리오스를 상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승리 요인은 무조건 김광현이다. 직구도 좋았지만 변화구가 잘 들어갔다. 에스케이에 큰 투수 하나가 탄생했다. 타격에선 김재현이 올 시즌 최고였다. 예전 김재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두산 리오스에겐 1년 동안 못 친 걸 전부 쳐낸 것 같다. 1회 연속 안타 치니까 당황한 기색 보이더라. 5차전은 레이번이 열쇠가 될 것이다. 두산 랜들 공략법은 집에 가서 생각해 보겠다.
■김경문 두산 감독=김광현이 괴물답게 너무 잘 던졌다. 직구도 예전보다 빨랐던데다 컨트롤도 잘됐고 대담했다. 우리 타자들이 당황했던 것 같다. 7차전까지 갈 가능성 보고 리오스를 일찍 내렸다. 3-0으로 뒤진 상황에서 뒤엎는 것보다 리오스 투구수를 줄여야 마지막 경기에서 힘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틀 연속 완봉당했으니 3·4차전보다는 잘 칠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음 경기 준비하겠다.
김동훈 홍석재 기자
cano@hani.co.kr
SK, 척척 들어맞은 마운드 운용
에스케이는 2연패를 당한 1·2차전에 9명의 불펜투수들을 세워 8회 동안 4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건재를 확인했다. 김성근 감독은 송은범을 4차전 선발로 생각했다가 뺐는데, 2차전 불펜 중 유일하게 2피안타를 맞으며 불안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송은범의 공이 나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대신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을 믿었다. 3차전을 9-1로 크게 이긴 뒤 두산이 1차전 완봉승을 거둔 다니엘 리오스를 4차전 선발로 내세웠지만, 개의치 않고 올해 19살의 새내기 김광현을 당당히 선발로 세웠다. 김광현은 1차전 8회말과 9회초에 5번째 투수로 나와 두 타자를 공 8개로 돌려세우며 컨디션 점검을 마쳤다.
뚜껑을 연 4차전에서 올시즌 3승7패(평균자책 3.62)에 불과했던 김광현은 5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는 놀라운 피칭을 보였다. 삼진도 무려 9개. 올 시즌 20경기에서 잡아낸 52개에 비하면 이날 활약은 프로 데뷔 이후 최고였다.
반면, 3차전을 맥없이 내준 두산은 마음이 급해졌다. 서둘러 3승을 따내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3일밖에 쉬지 못한 리오스를 세웠지만, 1회 3피안타 1실점했고, 4회까진 추가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5회 2번 조동화-3번 김재현에게 연속타자 홈런포를 맞고는 올 시즌 다승왕과 1차전 완봉투수의 위엄을 지켜내기엔 너무 지쳤다. 탄탄한 불펜을 갖춘 에스케이가 이젠 선발에서도 한결 더 여유를 찾은 셈이 됐다. 1선발 레이번(SK)과 2선발 랜들(두산)이 나서는 5차전 결과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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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시리즈 4차전 전적
SK 4 100 021 000 000 000 000 0 두산
*잠실(3만500명) <승>김광현(선발·1승) <패>리오스(선발·1승1패) <홈>조동화(5회1점·2호) 김재현(5회1점·1호·이상 SK)
■특이사항
-SK 조동화 한국시리즈 2호 홈런
-SK 포스트시즌 최초 2경기연속 선발전원안타
-SK 김재현 포스트시즌 9게임 연속안타
-SK 김광현 한국시리즈 신인 최다 탈삼진(9개)
-두산 리오스 17이닝 연속 무실점 끝/포스트시즌 2연승 끝
■27일 5차전 선발투수
두산 랜들-SK 레이번(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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