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9 21:55
수정 : 2007.10.3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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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는 29일 창단 첫 우승을 확정지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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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는 김재현..김성근, 감독데뷔 24년만에 첫 우승
1982년 처음 출범한 프로야구는 모두 9개 구단을 창단시켰다. 이제 ‘스물다섯살’의 청년이 된 프로야구는 현재 8개 구단이 남아 있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쌍방울이 없어진 이듬해, 2000년 에스케이(SK) 와이번스가 빈 공간을 메우며 ‘제8구단’으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창단 첫해 승률 0.338이라는 꼴찌(8위) 성적으로 프로에 데뷔한 에스케이는 일곱살이던 작년까지 두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어 ‘신생팀’ 꼬리를 떼내질 못했다.
국내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팬들을 위해 지역명을 쓰는 ‘인천 에스케이’가 창단 8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으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에스케이는 29일 3만400명의 만원 관중이 입장한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선발 채병용과 조웅천·가득염·정대현 등 불펜의 호투, 정근우·김재현의 역전·쐐기 홈런포 등을 앞세워 두산을 5-2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4승2패가 된 에스케이는 한국시리즈 역사상 처음으로 2연패 뒤에도 4연승을 거두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 승리팀이 우승했던 100%의 확률은 에스케이의 ‘이변 연출’로 91.7%(12번 중 11번)로 낮아졌다. 3∼6차전까지 4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한 김재현은 이번 시리즈 23타수 8안타(2홈런·타율 0.348) 4타점 5득점으로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정근우는 6차전 최우수선수.
2002년 엘지(LG) 사령탑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삼성에 2승4패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던 김성근(65) 감독은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1984년 프로 첫 사령탑을 맡았던 친정 두산(당시 OB)을 제물로 24년 만에 드디어 프로 우승의 한을 푼 것이다.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진 가동에서 한결 여유가 있었던 에스케이가 투·타에서 모두 경기를 압도했다. 2차전 6실점해 패전투수가 됐던 채병용은 5⅔회 동안 5피안타 1실점으로 잘 막아 팀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통산 2승째이자, 포스트시즌 3승째.
타석에선 선두타자 정근우와 지명타자 김재현의 활약이 빛났다. 올 시즌 홈런 9개에 불과한 정근우는 0-1로 뒤진 3회말 1사 1루에서 19살의 두산 선발 임태훈을 상대로 시속 125㎞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결승 2점홈런을 쏘아올렸다. 이어 2사에서 김재현은 다시 임태훈을 상대로 좌중월 솔로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에스케이는 8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두산에서 이적해 온 나주환과 최정의 적시타로 두 점을 더 뽑아 문학구장을 축제마당으로 만들었다.
2005년에 이어 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1·2차전 연승으로 얻은 이점을 업고도, 중심타선의 침묵과 실책, 투수 로테이션 운용 작전 등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3년 전 삼성에 당한 4연패의 악몽이 거짓말처럼 되살아났다.인천/권오상 홍석재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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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상(왼쪽 위) 등 에스케이 선수들이 창단 첫 우승을 확정지은 29일 밤 인천 문학경기장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서로 뒤엉킨 채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인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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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2 /100 000 001
S K 5 /003 000 02-
*문학(3만400명) <승>채병용(선발·1승1패) <세>정대현(8회·1세) <패>임태훈(선발·1세2패) <홈>정근우(3회2점·1호) 김재현(3회1점·2호·이상 SK)
특이사항
- SK 창단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 SK 김재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상금 1천만원)
- SK 정근우 한국시리즈 6차전 최우수선수(상금 100만원)
- SK 김재현 포스트시즌 11경기·한국시리즈 6경기 연속안타
- SK 김재현 포스트시즌 12경기 연속출루
- SK 조웅천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홀드 타이(5개)
- 두산 이혜천 포스트시즌 투수 최다경기(36) 출장
- 한국시리즈 4경기 연속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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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에스케이 감독
실감이 별로 안 난다. 마음이 급해진 것은 4차전이 끝난 밤이었다. 이겨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침대에서 한 시간 정도 뒤척였다. 그 뒤론 아주 편안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마음을 급하게 먹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2차전 선발 채병용 교체시기를 놓친 것이 나에겐 가장 뼈아픈 실수였다. 너무 많은 데이터에 내가 끌려가는구나 생각이 들었고, 이러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 선수들은 이번을 계기로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올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성적대로 순위가 매겨졌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수원에서 15일간 훈련에 들어갈 때부터 다른 팀은 생각도 않고 두산만을 겨냥해 여러 가지 연습을 했다. 시즌 내내 보니, 몸쪽 높은 공을 던지라고 내가 직접 주문했다. 그래야 바깥쪽 공을 건드리지 못하니까. 그러다보니 몸맞는공도 나왔지만 그게 주효했다. 두산이 리오스를 1·4·7차전 선발로 내보낸다고 했을 때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재현은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제일 모범이 될 것 같다. 스스로 이번에 안 되면 옷벗지 않았을까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마지막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줬다.
쉬고 싶은데 3일부터 일본 고지 마무리 훈련이다. 2군을 포함해 훈련계획표도 짜야한다.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마음 편히 코치들에게 하나하나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차전까지 진 뒤 나만 빼고 모두들 병원 신세를 질 정도였다. 정말 고생들 많이 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님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큰 경기에서는 역시 에이스 2명만으론 안 된다는 걸 느꼈다. 에스케이 선수들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반면 우리는 안경현이 다친 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저로선 한국시리즈에서 두번째 아쉬움을 맛보는데, 우리 팀 아직 젊기 때문에 빨리 재정비해서 정상에 세번째 도전하겠다. 우리 선수들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기 죽이지 말고 칭찬 많이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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