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30 18:59
수정 : 2007.10.3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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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한국시리즈 타자 성적 · 2007 한국시리즈 투수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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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우승 SK가 남긴 화제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창단 8년 만의 첫 우승을 통해 신생팀 꼬리표를 떼고 명문팀 대열에 합류했다. 그것도 깨지지 않던 1·2차전 패배팀의 역전 4연승 우승. ‘야구의 신’ 소리를 듣는 김성근 감독이 이런 ‘거사’를 이끌어 명실공히 지도력을 인정받게 됐다. 창단부터 외쳐온 ‘인천 SK’ 구호가 우승과 함께 ‘구도’ 인천의 야구문화를 재점화한 것도 놓칠 수 없는 화두. 감독의 철학과 선수들의 반응, 그 속에서 나온 갖가지 화제를 뒤돌아본다.
■ 연습량과 한마음= “작년과 뭐가 달라졌냐”는 질문에 김재현은 “월요일도 쉬지 않을 정도로 연습량이 엄청났다”고 했다. 그리곤 “연습 속에서 우승에 대한 한마음의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6차전 최우수선수 정근우 역시 “하나가 돼 정상에 오르자 했는데, 정말 하나가 됐다. 내년도 잘할 것같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일 연습장면을 보고 “이래선 우승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연습장을 떠났다. 그는 “22일 돌아와보니 선수들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고 회고했다.
■ 조급함의 경계= 김 감독은 1·2차전을 졌어도 마음은 느긋했다. 3차전에 이어 4차전까지 이긴 날 밤, 머릿 속에 “이겨야겠구나” 승부욕이 발동했다. 그 욕심을 떨치려고 잠자리를 뒤척여야 했다. 다시 마음을 비운 5차전부터 연승할 수 있었다. 그는 “2002년 조급함 때문에 한국시리즈를 놓쳤다”고 했다. 두산이 1·4·7차전 선발을 다니엘 리오스 쓴다고 했을 때부터 승리를 예감했다. 그리곤 철저히 무리수를 두지 않고, 선발과 불펜을 가능한 한 아꼈다. “7차전까지 대비한 게 주효했다”는 말이 ‘대사’에선 서두름이 없어야 함을 말해준다.
■ 스타탄생의 산고= 2002년 김 감독과 김재현은 LG 같은 팀으로 한국시리즈에 나섰다. 삼성과 6차전 8회 감독은 마지막 기회로 김재현을 대타로 내보냈다. 중전안타. 김 감독은 “거기서 살아나 지금까지 온 것같다”며 질긴 인연을 얘기했다. ‘이번에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김재현을 썼다. 시즌 내내 김 감독으로부터 외면을 받아온 김재현.그래서 시즌 초 “야구를 진짜 그만 둘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좋은 모범이 됐을 것”이라는 김 감독과 “믿고 기회를 준 감독께 감사한다”는 김재현은 그 ‘질긴 인연’을 다시 연장했다.
■ 농담의 여유= 헹가래를 당한 기분에 대해 김 감독 왈, “밸런스 있게 올려줘야 하는데, 이리 올리고 저리 올리고….” 한·중·일·대만 4개국 프로 우승팀 대회(코나미) 출전 소감에 “여권만 있었는데, 이제 비행기표까지 생겼다”고 했다. 두산 패인은 “SK가 센 것 아니냐!” 야구 밖에 모르는 김 감독의 독특한 농담 화법이다.
■ 징크스= 김 감독은 점퍼 안에 빨간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헹가래 때 점퍼를 벗을 수 없었다. LG 때도 원정 유니폼을 입으면 이겼다. 흰색 유니폼 입고 문학구장에서 두산과 경기했을 때 시즌 막판 6연패, 시리즈 1·2차전까지 8연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1·2차전 진 뒤 3차전부터 선수들과 비슷한 바지로 바꿔 입었다. 김 감독 습관이 소문이 났는지 프런트 직원들 중 일부도 시리즈 내내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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