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4 19:22
수정 : 2008.03.2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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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19년만에 프로야구 데뷔…외야관중석 없어 공 못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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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19년만에 프로야구 데뷔…외야관중석 없어 공 못주워
2003년 삼성의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외야 관중석엔 홈런볼을 낚기 위해 많은 잠자리채가 등장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홈런왕 배리 본즈가 홈런을 칠 때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팬들이 우측 펜스 밖 태평양 바다 위에서 카누를 타고 홈런볼을 기다리는 이색풍경도 펼쳐졌다.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이 글러브를 챙겨 경기가 잘 보이지도 않는 외야로 가는 이유는 홈런볼 때문이다. 기록경기인 야구에서 승부를 가르는 홈런볼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미국의 홈런왕이었던 마크 맥과이어의 70호 홈런볼은 1999년 1월12일 경매에서 305만4천달러(30억4천여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히어로즈 팬이나 목동야구장을 찾는 프로야구 팬들은 홈런볼을 잡는 기쁨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올 시즌 우리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 첫선을 보일 목동야구장에는 외야관중석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구장 밖에서 장외홈런볼을 기다리는 것은 가능할까? 그것도 불가능하다. 목동야구장에는 17m높이의 그물망이 외야를 감싸고 있다. 이 정도 높이라면 비거리 170m의 홈런을 쳐야 넘어가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괴물’ 타자가 나온 적이 없다. 요행히 그물망을 넘긴다고 해도 홈런볼을 잡을 수 없다. 목동야구장 좌측 펜스 뒤로는 경인고속도로가 있다.
김기영 우리 히어로즈 홍보팀 과장은 “서울시에서 목동구장을 만들 때부터 외야관중석을 설계하지 않아 관중석이 없는 게 낯설게 보일 수 있다”며 “팬 서비스를 위해 타자들이 파울볼이라도 많이 쳐주길 바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히어로즈는 펜스 뒤 공간을 불펜 등 선수들의 운동공간으로 쓸 계획이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쪽은 “목동야구장을 만들 당시는 사회인 체육용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관중이 많이 들어올 것을 생각하지 못해 외야관중석을 만들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24일 프로야구 제8구단으로 공식 창단식을 가진 우리 히어로즈가 구단 연고지로 서울을 택하면서 홈구장이 된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은 지난 1989년 10월 완공됐다. 그동안 사회인야구나 리틀야구장으로 사용되던 목동야구장은 4월1일 프로야구 홈 개막전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는 53억여원을 들여 그라운드와 관중석 공사를 거의 끝내고 내부공사가 진행중이다. 원래 외야에만 천연잔디가 깔려 있었지만 프로야구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최신식 인조잔디도 깔았다. 외야펜스까지 길이는 중앙 120m, 좌우 98m이고, 좌석수는 1만6165석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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