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5 18:50
수정 : 2008.03.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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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8개구단 감독들이 올 시즌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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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SK 감독 “전력보강 안됐지만…2연패 도전”
이광환 우리 감독 “막내팀 잘 봐주세요”
로이스터 롯데 감독 “김치·깍두기 차이는 몰라도 4강엔 들고파”

공통 질문은 4강 전망이었지만, 답변 속에 담긴 의미는 사뭇 달랐다. 그것은 올시즌 프로야구 8개구단의 색깔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에스케이(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이끈 김성근 감독은 25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도 여지없이 승부사 기질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히어로즈)와 시범경기 꼴찌 결승전을 하고 와 정신이 없다. 어떻게 개막전 두 경기를 치러낼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력보강이 없어 힘들다는 김 감독은 4월이 고비이며, 역시 2연패를 노리겠다고 했다.
사회자로부터 ‘언어의 마술사’로 소개받은 김인식 한화 감독은 역시 입담이 좋았다. 그는 4강 후보를 지목한 뒤 “그럼 나머지 팀은 뭐냐?”라며 “역시 붙어봐야 안다”고 말을 이었다. 또 “우리 담배까지 해서 전력은 종이 한장 차이여서 그 중 한팀을 끌어내야 4강에 끼일 것 아니냐”고 했다.
반면, 전날 팀 창단식을 했던 이광환 우리 감독은 막내팀을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길고 짧은 것을 대보니 다른 팀이 너무 길어 계산이 안된다”며 “막내가 어느 팀에 지고싶지 않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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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8개구단 감독이 꼽은 4강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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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박 엘지(LG) 감독은 “작년에 하도 많이 진 SK엔 정말 5할 승부라도 하고 싶다”고 했고, 전력보강이 가장 잘된 팀으로 급부상한 조범현 기아(KIA) 감독은 4강 후보로 SK 두산 삼성을 지목한 뒤 “나머지 한 팀은 기아가 되고 싶다”며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쳤다.
프로야구 초대 외국인 사령탑인 제이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김치와 깎뚜기 차이도 잘 모르지만 4강엔 꼭 들고싶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3~5번 클린업트리오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지만 부상선수들을 걱정했고, 김경문 두산 감독은 목표를 정하기 보다 매 경기 재밌는 경기를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각 팀을 대표해 나온 고참 선수들의 입담은 ‘설전’으로까지 이어져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호준(SK)은 “개인타이틀은 다 해봐 욕심이 없다”며 “올해도 우승해 반지를 쌍가락지로 끼고 싶다. 이기고 싶은 팀은 일본 우승팀이다”고 말했다. 장성호(KIA)로부터 “연습을 안하니 개인 연습을 더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을 받았던 정수근(롯데)은 이 말에 발끈해 “밥 먹고 연습만 하는 야구가 잘하는 야구냐”며 “올핸 정말 연습 많이 한 팀을 꼭 이기고 싶다”며 SK를 겨냥했다. 송지만(우리)은 “내년엔 얼마나 더 (연봉이) 깎일지 모르니 올핸 정말 잘해야 한다”며 “서울 라이벌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LG 두산과 경쟁해 팬들을 빼앗아오겠다”며 창단팀다운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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