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3 00:35
수정 : 2008.04.03 00:41
“7번 외야수 이병규. 한국 엘지 트윈스 시절 10년간 4번의 최다안타, 1번의 수위타자를 차지했다. 작년 FA로 주니치로 이적해 타율 0.261, 9홈런의 평범한 성적을 거뒀다. 그래도 132경기에 뛴 것은 수비와 주력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외야 수비 범위가 넓고, 도루는 없지만 타자주자로서 전력질주하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일본에서 발간된 <2008 프로야구 스카우팅리포트>는 주니치 3번타자 이병규를 이렇게 설명했다. 진출 첫해 성적만 보면 아직 ‘글쎄’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2년차이니 3할은 쳐야 한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그리곤 개막전부터 4경기 연속안타에다 이승엽과 처음 맞대결한 1일 요미우리전에선 동점 투런포로 시즌 1호를 기록하며 활약을 예고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실력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엘지 시절 그는 언론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 일본 생활 1년을 보낸 그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졌다. 1일 도쿄돔 연습타격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서 한국 취재진을 알아보고는, 뒤로 돌아 “무엇이 궁금하시냐”며 인터뷰를 자청했다. 깜짝 놀란 것은 기자들이었다.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적응하게 된 것이 소득”이라고 말한 그는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요미우리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를 상대로 짜릿한 동점포를 터뜨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는 복도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관심’을 외면하지 않았다. “여기서 하죠”라며 장소를 정한 그는 “삼진을 두 번이나 당했기에 더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한 뒤 몸쪽 공을 노렸다고 했다. 일본 무대에서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쿄/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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