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9 21:07
수정 : 2008.04.0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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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터 감독의 사인과 등번호가 박힌 바람막이 점퍼. 판매 3일 만에 1천장이 모두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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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가슴에 자신감 심어줘…롯데 돌풍 위력
감독 점퍼도 불티…광고 쇄도 구단매출도 ‘단비’
제런 케니스 로이스터(Jeron Kennis Royster·56). 약칭 제리 로이스터.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출신인 그는 17살부터 3루수로 메이저리그에 입문한 유망주였다. LA 다저스부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뉴욕 양키스 등 명문팀을 두루 섭렵했다. 35살인 1988년 브레이브스에서 은퇴하고, 밀워키 브루어스 등에서 지도자생활을 했다.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보비 밸런타인 감독의 소개로 롯데 감독직을 맡은 그가 롯데 돌풍의 중심에 서 있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선수들에게 늘 격려와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그의 리더십이 화제다. 9경기 만에 7승2패로 단독 선두에 오르자 그는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겸손해 했다. 이상구 롯데 단장은 “팀을 이끈 지 이제 한달 반 정도 밖에 안됐는데, 감독이 경기력을 갑자기 끌어올릴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도 “로이스터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 데 타고난 재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선수 개개인에게 “당신이 최고니 당신이 직접 판단해 해야 한다”고 항상 주문한다는 것이다. 그날 경기에 나가지 않는 선수들을 따로 불러 “언제든 나갈 수 있으니, 항상 자신감을 잃지 말고 준비하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는다.
작년에도 롯데는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당시 팀을 이끈 강병철 감독의 지도력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르다. 나아가 이번 롯데의 초반 선전은 작년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게 야구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통계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팀타율이 0.307이다. 타격 10위 안에 5명, 30위 안에는 7명이나 된다. 홈런만 벌써 12개다. 타점은 58개나 되고, 팀안타 96개에 팀득점이 59점이다. 장타율 0.460에 출루율이 0.382, 도루를 뺀 공격 전 부문이 1위다.
그런데 로이스터 감독이 전지훈련 때부터 주문한 것은 타격이 아니었다. 그가 롯데의 작년경기 비디오를 수없이 되돌려본 결과 수비의 불안정, 주루플레이의 미숙함, 일찍 포기하는 안이함 등 3가지를 문제점으로 꼽았다고 한다. 기본기를 갖춘 근성있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는 이야기다. 이상구 단장은 “가르시아와 조성환 2명만 전력이 보강됐다“며 “사실 팀 전체로는 전력이 향상되는 과정에 로이스터 감독이 와 서로 상승작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스터 돌풍’은 마케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에스케이(SK)와 벌인 안방 개막 3연전에선 사직구장 용품샵 매출이 역대 최고인 5500만원을 기록했다. 덩달아 구장 광고수주도 쇄도하고 있다. 구단은 작년 매출(3억5천만원)의 200%인 7억원의 매출 목표를, 다시 11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로이스터 감독의 사인과 등번호가 박힌 바람막이 점퍼는 3일 만에 1천장이 모두 팔려나갔다. 관중 동원효과는 롯데 뿐 아니라 상대팀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삼성과 잠실 홈 개막전에 1만8629명을 유치했던 엘지(LG)는 롯데와 주말 3연전에서 2패를 내주면서도 2만1천~9천명씩 모두 8만239명의 관객을 유치하는 흥행을 챙겼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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