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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그라운드> 제작진이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박재홍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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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경인TV ‘불타는 그라운드’
투수 코앞…더그아웃…선수숙소…안가는 데 없는 카메라SK구단과 손잡고 밀착방송
3회분 나가자 온동네 들썩
인천 사람들에게 프로야구는 ‘상처’다. 첫 정을 준 삼미 슈퍼스타즈는 해체됐고, 청보 핀토스와 태평양 돌핀스는 부진 끝에 쓸쓸히 퇴장했다. 현대 유니콘스는 잘나갔지만 서울로 가겠다며 인천을 등졌다. “안 되는 팀만 인천 오고, 잘나가면 인천 뜬다”는 말이 생겼다. 2000년 새롭게 둥지를 튼 에스케이 와이번스가 간난신고를 거쳐 지난해 우승을 했는데도 팬들은 뜻밖에 덤덤하다. 문학경기장에서 만난 한 관중은 “잘 한다길래… 얼마나 잘하는지 한 번 보려고 왔다”고 했다. 대놓고 ‘우리 편’ 소리 안 하는게 이 지역 정서다. 인천이 연고지인 또하나의 ‘구단’ 오비에스 경인티브이가 에스케이 와이번스에 손을 내밀었다. “덕 아웃, 감독·스태프·선수 대기실, 원정경기 숙소, 선수들의 집 대문까지 열어달라.” 선발 등판하는 투수 코 앞까지 카메라를 들이대겠다는 얘기다. ‘경기력’을 염려해 망설이던 구단이 손을 마주잡았다. 그렇게 인천 프로야구단 속으로 들어가 찍은 국내 첫 스포츠 다큐멘터리 시리즈 <불타는 그라운드>(OBS 목 밤 10시)가 지난 3일 첫 선을 보였다. ■ 뜨거운 덕아웃 속으로=중계 카메라가 그라운드의 ‘공’에 집중하는 동안 <불타는 그라운드>의 카메라는 덕아웃에 앉아 관찰일지를 적는 학생마냥 메모를 해대는 포수 정상호를 비춘다. 스타 타자 김재현에게선 날렵한 타격 모습 대신 “타석에 섰을 때 관중석에서 통닭 냄새가 나면 나도 여길 벗어나 통닭 먹으면서 야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고백을 담는다. ‘호랑이’ 김성근 감독의 명성은 “그게 프로가? 니들이 그만한 실력이 있나?”라고 호통 치는 딱 한 장면만 봐도 실감이 나고, 매 경기 바뀌는 라인업 때문에 경쟁이 극심하다는 소문은 긴장하는 외야수들의 표정에서 눈치챌 수 있다. 군 복무 뒤 2년7개월만에 그라운드에 선 타자 채종범이 경기 전 이를 악무는 모습을 보면, 그가 그라운드에서 신들린 듯 슬라이딩하는 모습이 눈에 콕 들어와 박힌다. 야구를 몰라도 <불타는 그라운드>를 볼 수 있고, <불타는 그라운드>를 보면 야구가 가깝게 느껴진다. 전동철 피디는 “우승하는 야구단 이야기가 아니라, 매순간 크고 작은 도전을 해야 하는 ‘우리들’ 이야기를 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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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으로 가는 제춘모 선수(왼쪽), 팬 사인회를 끝낸 김광현 선수(오른쪽)를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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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는 그라운드 밖으로=구단과 제작진이 한마음인 대목도 있다. 박철영 코치는 “방송에서 주전보다 2군 선수들 고생하는 이야기를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제작진 역시 시즌 중반쯤 2군 선수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 볼 참이다. 전 피디는 “1군이 1만원짜리 밥을 먹을 때 2천~3천원짜리 밥을 먹는 2군 선수들의 구슬땀과, 그들을 도우려 정성을 모으는 팬들 이야기 등 점점 소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어느 해보다 구단별 ‘성적 양극화’가 심한 까닭에 시즌 초반인데도 에스케이는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꼽히고 있다. 10월까지 방송할 예정인 <불타는 그라운드>의 방송 기간 역시 에스케이 와이번스의 성적에 달렸다. 글 이미경 <씨네21> 기자 friendlee@cine21.com,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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