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23 18:33
수정 : 2008.04.23 23:08
시카고 커브스 115만달러 계약…빠른 발 장점
“3년안에 빅리그 목표…부모님 집 사드리고 싶다”
“시애틀의 이치로처럼 되고 싶다.”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커브스와 지난달 115만달러(11억4천여만원) 계약을 맺은 충암고 유격수 이학주(18)의 당찬 포부다. 지금까지 국내 유격수로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은 것은 그가 유일하다.
박찬호의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입성 뒤 미국 구단들은 한국의 고교투수에게 눈을 돌렸지만, 30여명의 미국 진출 선수 가운데 야수로는 최희섭(KIA)이나 추신수(시애틀) 정도가 태평양을 건너갔을 뿐이다. 그래서 투수 아닌 유격수 이학주의 미국 진출은 주위를 놀라게 했다. 국내 1호 미국 진출 유격수로, 야수 계약금으로는 2000년에 입단한 추신수(135만달러) 이후 최대다. 구단이 그에게 거는 기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미 시카고 커브스는 그를 6월 호주·10월 미국 교육리그에 보내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학주의 꿈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지만, 사실 그는 한국프로야구에 가고 싶었다. “시카고로부터 거액을 제안받고 깜짝 놀라 2주 동안 고민했다. 어려서부터 꿈이 엘지(LG)의 유지현처럼 되는 것이었지만 프로로 가는 거니 돈도 중요했다.” 2남1녀의 장남인 그는 어린 동생들과 비정규직인 부모님 처지도 생각해야 했다. “‘힘들다’ 말은 안하시지만 아버지의 뒷모습을 봤을 때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무조건 프로로 가서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국내 한 프로야구 구단도 수억원대의 돈을 제시했지만 시카고의 베팅에 밀렸다.
시카고 커브스는 이학주의 빠른 스피드, 탄탄한 수비, 그리고 성장 가능성을 높이 샀다. 충암고 1번 타자인 그는 타격 후 1루까지 3.9초 정도면 도달한다. 지난해 4.10초에서 올해 더욱 당겼다. 1m87·77㎏ 장신인 그의 주루 능력은 이미 두산의 ‘육상팀’ 이종욱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른손잡이인 이학주는 타격은 왼손으로 한다.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로 나가 경기도 대표까지 했던 그에게 감독은 왼쪽타석에 들어설 것을 권유했다. 이학주는 “왼손으로 갑자기 바꾸려니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그의 장기인 스피드는 여기에서 나온다. 또 어깨가 좋아서 수비도 수준급이다. 큰 키에 비해 민첩한 편이고, 공을 뿌릴 때 시속 140㎞이상 나온다.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그의 가능성에 대해 얘기한다. 정성주 엘지야구단 스카우트 과장은 “파워가 부족하긴 하지만 어깨도 좋고, 주루 플레이가 좋다”고 평가했다. 이영복 충암고 감독도 “아직 어디까지 더 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는 이학주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 “미국 가기 전 마지막 대회인 청룡기에서 우승하고 싶다. 그래야 같이 운동한 친구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는 “그 다음 3년 안에 빅리그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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