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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7 14:13 수정 : 2008.05.27 15:46

홍석재 기자가 3일간 투구 훈련을 마친 뒤 힘찬 직구를 선보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기자도 한다!] 직구 100km/h 찍기
훈련 시작전 민망해라 82Km…80개 뿌리니 “악 내팔”

소크라테스는 “올바르지 못한 신체 때문에 지성은 얼마나 많은 과오를 범하는가!”라고 했다. 스포츠는 ‘보는 재미’ 못지않게 직접 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과 효용의 크기가 작지 않다. 하지만 알고 있어도 막상 첫 발을 떼기가 어렵다.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 그래서 일단 뛰어들었다. 스포츠 속으로. 기자가 뛰어든 스포츠의 세상을 오늘부터 격주로 게재한다.

양상문 엘지 코치에게 3일간 투구법 배워

어깨 욱신욱신 훈련끝에 구속 92km까지

역시나 팔에 사달이 났다. 어깨에 심한 통증이 왔고, 손으로 눌러도 뭔가에 되게 맞은 듯 아팠다. ‘동네 야구를 넘는 수준의 직구를 단숨에 배워보겠다’며 실제 프로야구 선수들이 훈련하는 서울 잠실구장 실내연습장을 지난 23일 찾았다. 양상문 엘지(LG) 1군 투수코치에게 지도를 부탁해 기세좋게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는 18.44m. 너무 멀었다.

첫날부터 금세 어깨가 뻐근했다. 공을 채면서 던져보려고 여러차례 손가락 끝에 힘을 주자, 손바닥 전체가 ‘찌릿찌릿’ 아파왔다. 왼다리를 디딤발로 공을 던진 뒤 오른다리가 자연스럽게 넘어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다리 근육도 당겨왔다.


그래도 시작 때보다 한결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면서, 세자릿수 구속에 대한 까닭모를 자신감이 붙었다. 욕심이 앞서 80여개의 공을 전력으로 내던졌다. 덕분에 다음날 어깨를 거의 쓸 수 없게 돼, 훈련기간 3일 중 하루 동안 공을 전혀 던지지 못한 채 투구폼만 반복해서 연습해야 했다. 훈련 하루 전 만났던 김시진 전 현대 감독(현 한국야구위원회 경기운영위원)의 말이 떠올랐다. “공을 던질 수 있는 정도의 근력을 만들어서 아프지 않게 야구를 하지 않으면 금세 재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훈련 이틀째 그 뜻을 몸으로 알았다.

양상문 엘지(LG) 투수코치가 투구시 동작을 직접 보여주며 팔과 팔꿈치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짜 직구’를 던지는 게 관건이었다. 시속 85…82…84㎞. 훈련 시작에 앞서 던져본 공의 속도다. ‘신 괴물’로 떠오른 정찬헌(18·LG)의 보기 지루할 정도로 느린 슬로 커브가 최저 97㎞니 딱히 직구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첫 투구를 지켜본 양상문 코치는 “이 정도 ‘직구’는 자연낙하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변화구처럼 보이게 된다”고 했다. 힘없이 날아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이른바 ‘아리랑볼’이란 말을 자연낙하라고 에돌려 해준 것이다. 곧장 훈련에 돌입했다.

공을 쥐는 그립은 손가락이 실밥에 몇 개 걸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포심(four seam·4개), 투심(2개), 노심(0개)으로 구분된다. 속도를 내기 쉽고 안정적인 투구가 가능한 포심으로 시작했다. “공을 사각형, 실밥이 있는 지점을 모서리라고 생각하고 검지와 중지의 첫 마디 안쪽에 실밥을 거는 게 기본이에요. 공을 던지는 순간 손가락 끝으로 실밥을 감아채면서, 팔꿈치를 고정시켰다고 생각하고 팔은 회초리를 때리듯 뿌려줘야해요.”

왼쪽부터 투심, 포심, 슬라이더, 커브 등 투구패턴별 공 잡는 법

베테랑 투수코치답게 간결하고, 알기 쉬운 설명이지만 몸이 따라갈 리 없다. 거리를 10m쯤으로 좁혀 공을 던지면서 자세를 다듬었다. 손가락·손목·양팔·팔꿈치·허리·다리·상체가 한 동작에 동시에 활용돼야 조금이라도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다음엔 실제 거리로 늘려 투구에 필요한 힘을 만들었다. 자세를 교정하고, 힘쓰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마지막 구속 측정의 날. 어깨뿐 아니라, 평소 거의 쓰지않던 근육들이 모조리 아파왔다. 포수 뒤쪽으로 보이는 스피드건을 향해 이를 악물었다. 91…92…91㎞. 80㎞대 없이 사흘만에 구속이 평균 6~7㎞나 올랐지만, 한계였다. 양 코치는 “그래도 올바른 훈련만으로 3일 사이 구속을 7㎞나 올린 셈”이라고 초심자의 기를 살려주었다. 그는 “근력을 키우고, 힘을 싣는 투구폼이 몸에 익으면 일반인도 115㎞ 안팎까지는 속도가 나올 수 있다”며 “시험을 칠 때도 70점에서 80점으로 올라가긴 어렵지만, 50점이 70점 되기는 쉬운 법”이라고 자상한 설명을 곁들였다.

‘언제 배우랴’ 싶어 변화구 던지는 법도 물었다. “커브는 실밥을 따라 중지를 길게 걸쳐 잡고, 슬라이더는 직구를 던지듯 하면서 검지와 중지를 공의 바깥쪽으로 더 틀어서 잡는 게 일반적이지만 직구랑 똑같은 그립으로 던져도 팔과 손목의 각도에 따라 변화구가 돼요. 하지만 직구가 시속 100km를 넘지 않으면 변화구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일단 직구를 잘 던지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제구력은 연습을 거듭하면서 ‘이런 느낌일 때, 공이 정확히 들어가는구나’ 하는 걸 몸이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양상문 코치의 ‘구속 높이기’ 5대 포인트

■ 손가락 끝으로 실밥을 최대한 강하게 채라.
■ 팔꿈치를 고정시키고, 팔을 회초리 때리듯 뿌려라.
■ 공을 던진 뒤 축이 됐던 발을 자연스럽게 앞쪽으로 이동시켜라.
■ 디딤발의 넓이는 자기 발 크기의 5½~6⅓ 정도가 이상적이다.
■ 팔로 던지는 게 아니다. 몸 전체를 활용해라.

사회인야구 클럽 노크해보세요

속도가 최대 시속 7㎞나 더 붙은 이 공을 어디서 뿌려야 할까?

국내엔 직장팀 279개를 포함해 2950여개의 사회인 야구 클럽에서 약 6만8000여명이 야구를 즐기고 있다. 52개의 지역대회와 130여개 리그도 있다. 대회나 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기량 등을 고려해 야구 클럽에 들어가야한다.

‘베이스볼코리아(baseball_korea.net·베코)’ 등 사회인 야구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가면, 팀이나 선수를 찾는 글들이 많다. 대부분 팀들은 기량을 엿보기 위해 간단한 입단 테스트를 거친다. 입단시 개인 장비는 따로 준비해야 한다. 모자·유니폼·스타킹·속옷·벨트를 구입하는 데 10만원 안팎, 스파이크와 글러브에 각각 5만~20만원, 15만~3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장비 가격이 수십만원을 훌쩍 넘는 포수 장비, 배트, 헬멧 등은 팀 공동 장비로 구입해 미리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야구의 기초를 배우고 싶은 경우엔 전직 야구 선수, 지도자가 운영하는 야구 교실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야구 교실’을 찾으면 쉽고, 주말을 이용해 배우는데 한달 강습료는 10만원 안팎이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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