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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33·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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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때 멀리뛰기·창던지기
100m 최고기록 10초90 끊기도
삼겹살보단 구운 쇠고기 즐겨
36.5˚C 데이트 / 롯데 돌풍 주역 가르시아 단정하게 빗어넘긴 갈색머리에 가지런히 다듬은 턱밑 수염까지 한마디로 멋스럽다. 그런데 요즘 그는 그런 외모보단, 타석에서 방망이를 들고 있을 때 갈매기들의 환호를 더 받고 있다. 프로입문 16년 차이지만, 국내 무대는 ‘새내기’인 카림 가르시아(33)가 롯데 연승 돌풍의 중심에 서있다. 쳤다하면, 홈런인데 그게 솔로포는 고작 3개뿐, 나머지는 모두 2점포 이상이다. 그가 지난 27일 사직 한화전까지 친 14개(이 부문 단독 선두) 중 3점짜리가 6개나 된다. 지난 25일엔 국내 최고에이스로 손색이 없는 김광현을 상대로 국내 첫 만루포도 그려냈다. 28일 사직구장은 그가 전날 쳤던 3점포로 달아오른 열기라도 식힐 듯 비가 쏟아졌다. 그 덕아웃에서 그에게 “미스터 스리런!”이라고 부르자 그가 듣기 좋다는 표정을 지으며 환하게 맞는다. “홈런갯수나 타율 등 개인적인 타격 목표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매 경기에서 팀이 이기는데 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전념할 뿐이다.” 타율(0.262)에 비해 타점(42개·이 부문 2위)이 높은 비결을 묻자 그는 지체없이 이렇게 말을 뱉어냈다. 다만, “팀 동료들이 루상에 나가있을 때, 그땐 더 집중력이 높아져 좋은 타격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16년간 프로생활을 해왔기에, 이젠 그런 상황에 많이 익숙해져 마음이 흔들리는 법은 없다고도 했다. 한국프로야구에 대해 물었다. 그는 “미국이나 멕시코에 비해 홈 쇄도나, 주루플레이가 훨씬 덜 공격적이다”고 했다. 프로는 돈을 받고 승리를 사냥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기에, 의미없는 거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팀 승리를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감독의 사인이 나오면 도루든 뭐든 해야 한다고 했다. 1m80에 85㎏의 큰 몸집에도 그는 2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빨리 달리는 특별한 재주가 있냐고 묻자 그가 자신의 전력을 털어놨다. 그는 주니어시절까지 100m와 멀리뛰기, 그리고 창던지기를 한 ‘만능 육상선수’였다. “100m 최고기록이요? 10초90이었죠. 물론 지금처럼 살이 많지 않았을 적이었지만요.”
그에게 국내프로야구가 쉽지만은 않았다. 5월 중순까진 한때 슬럼프가 찾아왔다. 삼진 41개는 불명예스런 1위의 랭킹이었다. 타율도 0.250대에 머물렀다. 김무관 롯데 타격코치는 “다혈질적인 기질을 억제하면서 공을 골라내는 능력을 키우도록 지도했다”며 “베테랑답게 이해가 빠르고, 곧 적응하게 됐다”고 했다. 최근 6경기에 삼진 1개 없이, 타율 0.434(23타수 10안타)에 13타점(홈런 4개)을 기록했다. 왜 유명해진 것같냐고 묻자 “팬들이 가르시아 송을 불러주잖아요”라고 한다. 애인 드니스(25)와 지하철을 함께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팬들과 더 친숙해진 가르시아는 소문과 달리 삼겹살보단 구워먹는 쇠고기를 즐기고, 쇼핑과 영화보기, 외식으로 여가생활을 보낸다. “한국 고추도 맛있지만, 멕시코 고추가 더 맵답니다.” 멕시코 출신인 그가 펠릭스 호세를 능가하는 ‘롯데 용병’을 꿈꾸고 있다. 부산/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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