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6 22:03
수정 : 2008.06.06 23:57
국내 첫 대기록…MLB도 현역중 9명뿐
1999.2000호 모두 송지만 제물로 기록
맞대결을 펼친 두 명의 선발투수는 모두 좌완이었다. 등번호도 똑같은 21번이었고, 둘 다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다만, 한 선수의 나이가 15살이나 더 많았다. 마흔두살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잊고 노장투혼을 발휘한 투수는 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2000탈삼진의 금자탑을 세웠다.
‘회장님’ 송진우(한화)가 6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우리와 안방경기 8회초 2사에서 3번타자 송지만을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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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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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통산탈삼진 2000개를 달성했다. 이날 현재 그의 나이는 42살3개월20일. 국내 처음인 이 기록은 현역선수로도 미국이 9명, 일본은 2명에 불과할 정도다. 이날 경기 전까지 1997개로 대기록에 3개만 남겨뒀던 송진우의 삼진 사냥은 3회부터 시작됐다. 3회 2사에서 5번타자 정성훈을 상대로 볼카운트 2-3에서 스탠딩 삼진을 잡아내더니, 5회 2사에선 송지만을 상대로 볼카운트 2-1에서 헛스윙으로 돌려세워 카운트 1개만을 남겨뒀다. 결국 대기록은 이날 앞선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송지만에 의해 세워졌다. 김인식 감독도 8회 2사가 된 뒤 송진우를 내리지 않아 대기록을 위한 특별한 배려를 했다. 결국 볼카운트 2-1에서 낮게 제구된 공이 포수 미트로 빨려들어갔지만 이영재 구심의 손이 꼼짝하지 않자, 송진우는 못내 아쉬운 표정과 탄식을 쏟아냈다. 하지만 노련미는 여기서 빛났다. 시속 124㎞짜리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졌고, 송지만의 방망이는 힘없이 돌아갔다.
1989년 빙그레에 입단하면서 그해 97개의 삼진을 기록한 송진우는 20년 동안 640경기 2925⅔회 동안 마운드에서 2000명의 타자를 타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기록을 의식한 듯 송진우는 이날 8회 동안 30명의 타자를 상대로 109개의 공을 던졌고, 볼넷없이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다. 맞대결을 펼친 상대 선발 마일영(27)이 9회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며, 3피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잘 던졌기 때문이다. 한화는 연장 12회말 무사 만루에서 우리 3번째 투수 황두성을 상대로 이희근의 끝내기 몸맞는공 밀어내기로 1-0으로 이겼다. 만원관중이 입장한 광주에선 윤석민이 7회 동안 4피안타에 삼진 6개를 잡아내며 1실점으로 잘 던진 기아가 삼성을 5-3으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윤석민은 시즌 8승(3패)째를 거두며 다승 단독선두가 됐다. 에스케이는 롯데 방문경기에서 올시즌 처음 선발 등판한 이영욱의 1실점 역투와 박재홍·최정의 홈런포 등 장단 12안타를 앞세워 5-2로 꺾고 롯데전 3연패 탈출과 동시에 3연승을 달렸다.
권오상, 대전/이완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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