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5 18:54
수정 : 2008.06.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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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남(롯데·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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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 밸런스 알게됐지만 마무리 매력은 사실 별로”
올시즌 최향남(롯데·37)은 ‘향운장’이라는 호를 새로 얻었다. 임경완의 부진으로 롯데의 마무리를 맡게 된 최향남이 빠른 투구로 경기를 마무리짓자 롯데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삼국지에서 관운장이 조조가 내준 술을 놔둔 채 상대 장수를 베고 온 뒤 아직 따뜻한 술을 들이켰다는 일화에서 비롯됐다.
“승부를 빨리하는 스타일이라 원래 투구패턴이 빨라요. 그런데 정말 팬들은 빨리 던지는 것을 좋아하나요?” 올 시즌 중반 얼떨결에 마무리를 맡은 최향남은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그다지 싫지 않은 눈치다. 그는 현재 1승1패5세이브·평균자책점 2.25를 기록중이다. 뒤늦게 맡은 데다, 팀 타선이 최근 부진하지만 그는 지난달 25일부터 1승4세이브(1패포함)로 롯데 뒷문을 지켰다. 세이브 1위 오승환도 같은 기간 5세이브를 올린 것을 보면 비슷한 갯수다. 지난해엔 5승12패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들어가기만 하면 맞았어요. 2000년에 어깨 수술을 한 뒤 볼다운 볼을 못 뿌렸죠. 하지만 올 초에 투구 밸런스를 알게 됐어요.” 사뭇 자신감을 회복한 듯한 모습이다.
“(그래도) 사실 마무리에 대한 매력은 별로 못느껴요. 선발은 목표가 있잖아요. 20승이나 완봉, 퍼펙트 이런 멋진 기록을 가질 수 있잖아요.” 목표를 말하며 갑자기 탁자 앞으로 당겨앉은 그는 원래 ‘풍운아’였다. 90년 해태에 입단한 뒤 97년 엘지(LG)로 트레이드됐고, 2004년 다시 기아(KIA)로 돌아온 뒤 그는 2006년에는 태평양을 건넜다. “세상을 알고 싶다는 열망에서 자신감이 나왔던 것 같아요. 열정이 있었죠.”
최향남은 200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 트리플A팀인 버펄로 바이슨스에서 8승5패·평균자책점 2.37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아무것도 없이 꿈꾸는 것은 무모하죠. 하지만 볼 각도나 컨트롤, 수싸움을 생각해볼 때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는 빅리그로 호출받지 못하고 국내로 복귀했다. “다른 선수보다 잘해도 빅리그에 안 올려주니 마이너리그에서도 ‘땜빵’ 투수인가 하고 절망했죠.” “그럼 다시 메이저리그로 갈 생각은 없나요”라고 물었더니 “내 인생은 잘 모르겠다. 꿈을 꾸고 있다면 안 꾼 것보다는 좋다”는 알듯 모를 듯한 대답을 내놨다.
전라도에서 나고 자란 그는 이제 부산의 인기스타다. 그는 “요즘이 제일 인기가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일단 즐거워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에 제가 어디에 있을까요?”라며 미소를 짓는 ‘향운장’ 최향남은 여전히 ‘풍운아’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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