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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20·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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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데이트]
신고선수서 ‘금동이’로 변신한 두산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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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 홈런타자에 관심 2005년 여름은 정말 잔인했다.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위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고3 선수들 중 유일하게 자신만 프로지명을 받지 못했다. 류현진(한화), 한기주(KIA) 등이 그의 동기였다. 대표팀 숙소에 드러누워 한참 생각했다. 신일고교 3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최고 타자에게만 주어지는 이영민타격상도 받은 그였다. ‘나보다 못한 선수도 지명받는데, 왜 하필 나만…. 여기가 끝인가.’ 자존심도 상하고 분해서 야구하기가 싫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2008년 여름, 김현수(20·두산)는 똑같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일본하고 준결승 끝나고 정말 펑펑 울었어요. 여태까지 해온 게 생각나서.” 발이 느리고 수비가 약하다는 이유로 프로지명을 못 받은 김현수는 2006년 초 계약금 없이 연봉 2000만원을 받고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한 게 아까워서, “딱 3년만 더 해보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일찍 찾아왔고 그해 후반기부터 1군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발이 느리다고 하는데 그렇게 느린 발은 아니었고, 어깨는 약해도 못하는 수비는 아니라고 느꼈다. 전지훈련 동안 한번도 아픈 적이 없었고, 어린데도 성실하게 노력하는 게 보기 좋았다”고 중용 이유를 밝혔다. 김현수는 2007년 가능성을 보인 뒤 2008년 확실하게 꽃망울을 틔웠다. 1일 현재 타격 2위(0.341), 최다안타 1위(122개), 출루율 1위(0.450)다. 만 스무살의 나이에 타격왕까지 넘보고 있다. 프로야구 사상 최연소 타격왕이 가시권에 있지만, 김현수는 욕심이 없다. 그저 담담하게 “전경기 출장이 목표”라고 말한다. 김광림 두산 타격코치는 김현수를 “순간 판단력과 리듬감이 좋은 타자”라고 했다. 때문에 타석에서 직구든 변화구든 순간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타석에서 단 한번도 공을 노리고 쳐본 적이 없어도” 많은 안타가 생산되는 이유다. 그는 항상 직구만 생각하고 타석에 선다. 에이스든, 신인투수든 상대가 누군지는 생각않는다.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예선전서 9회 대타로 나와 결승타를 쳤을 때도 그랬다. “처음엔 정말 떨려서 마운드의 이와세만 보였어요. 초구 파울이 되고나서 칠 만하다 싶었어요.” 김현수는 궁극적으로 장거리타자가 되고 싶다. “한번에 역전시킬 수 있잖아요. 분위기도 확 바꾸고.” 그렇다고 지금 홈런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니다. “(이)승엽선배를 곁에서 보니까, 타석에서 중심이동을 잘해서 공을 끌고 가는 순간이 길더라고요. 시즌 끝나고 김광림 코치님과 그런 기술적인 면을 보완하려고요.” 현재 그의 홈런수는 5개. 잠실구장이 넓어서 앞으로도 홈런왕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발끈한다. “우즈(현 주니치 드래건스)도 잠실구장에서 홈런왕 했어요. 구장이 넓어서 안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해요.” 장차 써내려갈 야구기록이 자못 궁금해지는 스무살의 야구 선수, 김현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두산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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