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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4 18:48 수정 : 2008.10.15 09:27

조성환이 13일 오후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공원에서 롯데의 지난 시즌을 회상하고 있다. 부산/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주장 조성환이 돌아본 롯데야구
“잘하려는 부담감 때문에 PS부진
로이스터 감독, 팀에 자신감 심어줘”

“결정적인 순간에 헛방망이질 해도 아무도 싫은소리 안했어요”
“그래서 더 미안하죠, 차라리 욕을 먹었으면…”

조성환(32·롯데)은 앉자마자 “수모였다”고 말했다. “2차전에서 결정적인 (찬스에) 5번 나와서 5번 다 못 쳤어요. 야구 그만둘 때까지 절대 못 잊을 겁니다.”

아쉬움이 커 보였다. 8년 만에 맞은 가을 야구, 주장인 그는 번번이 득점 기회를 놓쳤다. “사실 컨디션은 정말 좋았어요. 손목이 안 좋긴 했지만 삼성 투수들의 볼이 시즌 중에 상대하던 볼배합과 너무나 달랐죠. 거기에 많이 당황했어요.” “나 말고 다른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고 하는 그는 인터뷰 내내 듣기에 무안할 정도로 “내 탓”이라는 말만 계속했다.

그가 말한 ‘내 탓’은 다름아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었다. 선수들과 시즌 내내 함께 지낸 조규철 롯데 매니저가 대신 귀띔해 줬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선수들이 부담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게 보였다. 가르시아도 평소와 달랐다. 중심 타선이 침묵한 게 컸다”고 했다.

삼성과 두산이 플레이오프 출전 선수 명단을 발표한 지난 13일. “원래 지금 바빠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조성환과 부산시내 한 식당에서 마주앉았다. 혹시 그를 알아본 팬들 때문에 소란스럽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도 사인을 청하지 않았다. 마치 신기루처럼 끝난 롯데 축제의 끝. 2008년 롯데의 야구를 그와 함께 돌아봤다.

“사실 시즌 전에 내가 1군에서 뛸지 2군에서 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죠. 3할 타자가 돌아온다고들 얘기하는데 사실 저는 불안했어요.” 2003년 3할을 때려낸 조성환은 2004년 병역비리에 연루돼 3년을 고스란히 쉬었다. “유니폼 한번 입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3년 만에 돌아온 올 시즌 타율 3할 이상을 때려내며 롯데 돌풍을 이끌었다.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그랬지 매 순간이 짐이고 부담이었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자못 심각했다.

“준플레이오프 때 잘못하고 들어와도 감독님을 포함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 나 스스로만 스트레스를 받았죠. 1년 내내 그랬습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설명이다. “그동안 워낙 못한다고 하니까 선수들이 주눅들고 제대로 못 뛰었죠. 분위기 자체가 워낙 성적을 내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달려드니까. 또 많이 죽어야 많이 산다는 것을 알게 됐죠.” 시즌 전 감독 외에 전력보강이 없었던 롯데는 기대 밖의 성적으로 3위를 차지했다.

조성환은 올 시즌 수훈선수로 가르시아를 꼽았다. “3차전 끝나고 가르시아가 마지막 포옹을 하는데 정말 눈물이 났다. 다른 선수도 고맙지만 가르시아한테 정말로 고마웠다. 사실 자기만 잘하면 되는 게 외국인 선수인데 ‘롯데 자이언츠의 한 선수다’라고 뛰어줬다”며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보다 낫다고도 했다.


롯데는 올 시즌 선수들의 가을 야구에 대한 열망, 외국인 선수의 활약, 로이스터 감독의 용병술이 잘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롯데를 이렇게 만든 것은 팬들. 준플레이오프 기간에 표를 구하기 위해 텐트까지 쳤던 동호회원들, 장사도 마다한 채 야구 보러 가버린 야구장 앞 호프집 사장 등 열성팬들이 롯데의 든든한 배경이 됐다. 조성환은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항상 가슴에 안고 뛰었다”고 했다. “올해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또 다를 것”이라고도 했다.

부산/이완 기자 wani@hani.co.kr
영상/조소영 피디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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