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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16일(한국시각) 미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5차전 3회 2사 만루 상황에서 역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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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전 만루위기때 등판 무실점 역투
팀은 패배 WS진출 실패…“내년 선발 기대”
3회초 2사 만루, 박찬호(35·엘에이 다저스)는 자신을 키워준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섰다. 이미 1승3패로 벼랑끝에 몰린 엘에이 다저스. 여기서 추가점을 내주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박찬호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조 토레 다저스 감독은 포스트시즌 내내 그에게 어려운 임무를 맡겼다. 2차전 1사 1,3루·4차전 1사 2,3루에서 박찬호를 등판시켰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2차전에서는 삼진을 하나 잡았지만, 안타를 맞으며 2점을 내줬다. 4차전에서는 폭투로 점수를 내준 뒤 교체됐다.
하지만 조 토레 감독은 이날도 팀이 궁지에 몰리자 어김없이 박찬호를 호출했다. 젊은 선발 채드 빌링슬리가 흔들리자 감독은 상황을 수습할 노장이 필요했다. 박찬호는 단 2개의 공으로 타자 페드로 펠리스를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팀의 위기를 넘긴 멋진 피칭.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올시즌 선발과 롱릴리프로 등판했던 박찬호는 포스트시즌에서 원포인트릴리프의 역할밖에 받지 못했다. 이어진 3회말 박찬호는 자신의 타석에서 대타와 교체됐다.
16일(한국시각) 엘에이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 다저스는 박찬호가 만루 위기를 무사히 막아줬지만, 역전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다저스에 5-1로 승리하며 시리즈 성적 4승1패로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팀 역사상 두번째 진출.
이날 다저스는 선발 채드 빌링슬리가 초반에 3점을 내주는 등 난조를 보이며 승기를 놓쳤다. 5회에는 유격수 라파엘 퍼칼이 1사 1,2루에서 평범한 병살타성 타구를 놓치는 등 연달아 3개의 실책을 범하며 2점을 내줬다. 반면, 상대 필라델피아는 매니 라미레스에게 6회 홈런 1개만을 내주며 다저스 타선을 1실점으로 막았다.
이로써 박찬호는 자신의 첫 챔피언시리즈 등판을 마지막으로 2008 시즌을 마쳤다. 올시즌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한 박찬호는 우여곡절 끝에 빅리그로 올라왔다. 붙박이 선발이 되지는 못했지만, 좋은 구위를 보여주며 선발과 중간계투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올해의 재기 선수’ 후보로까지 오르며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박찬호는 경기 뒤 한 인터넷언론과 인터뷰에서 “(구원투수로) 진짜 많은 것을 배웠다. 공 던지는 것도 배우고, 야구에 대해 10가지가 있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배운 듯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내년에는) 선발로 가는 것이 더 하고 싶은 일이다. 내년에 꼭 다저스에 남겠다는 것은 이제 없다. 이젠 다저스도 메이저리그의 또 한 팀으로만 남게 됐다”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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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프로야구 필라델피아 필리스 선수들이 16일(한국시각)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5차전에서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뒤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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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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