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19 23:50
수정 : 2008.10.19 23:50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기분이다.”
잠실에서 열린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 최형우(25·삼성)는 실수를 연발했다. 미숙한 외야 수비로 3루타를 내주는가 하면, 얕은 뜬공에서도 홈 쇄도를 허용했다. 최형우의 실수는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것과 다름 없었다. 더구나 삼진 둘 등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날 밤 최형우는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이뤘다.
하지만 최형우는 2차전에서 5타수 2안타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차전 안방으로 돌아오자 일을 냈다. 최형우는 올 시즌 두산 대구전에서 팀 홈런 여덟 개 가운데 다섯 개를 때려내는 등 강했다. 선동열 삼성 감독도 양준혁 등의 타순을 바꿨지만, 최형우는 계속 5번으로 기용하며 믿음을 줬다.
선 감독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최형우는 6회말 1사 2, 3루에서 두산 김상현의 시속 118㎞의 커브를 확 잡아당겼다. 오른쪽 파울라인 폴대 안쪽으로 들어가며 외야석 상단을 맞힌 3점 홈런. 2-1로 쫓기던 삼성에 승리를 결정짓는 한방이었다.
최형우는 경기 뒤 “사실 외야수비는 대구보다는 잠실이 편하다. 홈런을 친 뒤 그동안 못한 게 다 씻겨진 기분이었다. 하도 안 맞으니 투수가 공을 빼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공이 높게 들어와 휘둘렀다”고 말했다.
대구/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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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팀 감독의 말
선동열 삼성 감독
우리한테 운이 많이 따른 경기였다. 3회나 8회 김현수가 만루상황에서 친 게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두산 쪽에 잘 맞은 타구가 많았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윤성환을 5회 이상 던지게 하려고 했는데 1실점으로 잘 막았다.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뛴 박석민과 최형우가 잘해줬다. 김현수의 타구는 센터 쪽이 많아 이에 대비한 점도 있다. 이혜천 선수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진 못했다. 만약 박석민이 해결주지 않았다면 경기가 복잡해졌을 수 있다. 김재걸은 본인이 직접 쳐서 진루시킬 능력이 있는 베테랑 선수여서 번트를 시키지 않았다.
김경문 두산 감독
안타도 많이 나왔고, 잔루도 많았는데 결국 선수들이 기회에서 소극적이었다. 타구가 하나라도 빠졌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안타성 타구가 잡힌 게 아쉽다. 타이밍이 안 맞던 김동주나 고영민이 나중에 맞기 시작한 것이 다행이다. 내일 투수들 총동원해 2승2패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김상현이 처음 볼넷 내보낸 뒤 몰리다 보니 스리런 맞았다. 최형우에 대해선 볼카운트가 몰렸으면 걸렀을 텐데, 2구째를 쳐내니 타자가 잘 친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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