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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05 15:29 수정 : 2008.11.05 15:29

김경문 / 김성근 감독.

김성근 “SK는 어떻게 되나”…김경문 ‘계약때문에’
단기간에 성과 내는데 부담, 내년 시즌 성적도 ‘짐’

“건강상의 문제라 어쩔 수가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이 김성근 에스케이(SK)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지 않겠다고 5일 밝힌 이유다. 그런데 정작 진짜 이유는 건강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윤동균 기술위원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 4일 한국시리즈 우승 인사 차 언론사 방문을 마친 김성근 감독을 이태원에서 기다리다 가까스로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지만 끝내 수락의사를 받아내지 못했다.

수없이 통화를 시도했지만 김 감독이 전화를 받지 않아 스케줄을 확인해 어렵사리 만나게 됐다는 윤 위원장은 “김 감독이 여러차례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기술위원회에서 결정해 발표할테니 그리 알아달라”며 강도높게 나섰던 윤 위원장은 “김 감독이 기술위원회가 망신당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해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세간에 나도는 건강상의 이유가 맞냐는 질문에 그는 “김 감독이 ’내 성격 알지 않느냐, 일단 맡으면 끝장을 봐야 하는데, 그러다가 내가 쓰러지면 에스케이는 어떻게 되느냐’고 했다”고 대화 내용 일부를 전했다. 그만큼 남다른 승부사 기질을 지닌 김 감독으로선, 단시간 안에 대표팀을 맡아 성적을 내는 일과 에스케이를 직접 챙기며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을 안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역 감독들이 대표팀 감독을 맡기를 꺼려하는 것은 김 감독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올해 초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대표팀 코칭스태프(투수코치)로 있던 선동열 삼성 감독이 대표팀 사의를 표명했었다. 윤 위원장은 “삼성 구단이 직접 내게 전화를 해 빼달라고 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최근 김경문 감독도 만나 대표팀을 계속 이끌어줄 의향을 물었지만, 재계약 조건에 대표팀을 맡지 않기로 이미 구단과 약속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현역 감독들이 대표팀을 고사하는 이유는 맡고 있는 구단에 대한 관리에 소홀할 수 밖에 없고, 그게 혹시 시즌 성적과 연계되면 자신의 입지가 축소되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한편, 윤 위원장은 7살 연상의 김성근 감독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동대문상고를 졸업하던 1969년 기업은행에 입단할 때 코치로서 김 감독을 처음 만났고, 그해부터 2년 동안 김 감독의 집에서 하숙까지 하면서 혹독한 훈련을 소화해냈다. 윤 위원장은 “하숙집에서 밤늦게 담을 타넘고 들어올 때면, 그 지점에 찌그러진 깡통들을 깔아놓아 반드시 소리가 나게끔 했다”며 “소리가 나면 김 감독은 ’일찍 좀 다녀라’고 단속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불광동에서 기업은행 야구훈련장이 있는 벽제까지 거의 매일 오르막이 있는 구간을 달릴 정도로 무지하게 많이 달렸다”며 “그 덕분에 오랫동안 야구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같아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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