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06 19:26
수정 : 2008.11.0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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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20·SK)이 6일 2008시즌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왼쪽). 연합뉴스 최형우(25·삼성)가 6일 2008 시즌 프로야구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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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승·탈삼진왕 김광현 최우수선수 영예
올해 스물다섯, 프로 7년 차로 전혀 신인답지 않은 최형우(삼성)가 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신인상을 수상했다. 다섯살이나 아래면서 최우수선수에 뽑힌 김광현(20·SK)이 카메라의 플래시세례와, 인터뷰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안 그는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야 했다.
“정말 올해 신인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사실 이거 제가 받을 게 아닌데…” 그의 표정엔 그저 기쁘다기보단 미안함과 담담함이 뒤섞여 있었다.
최형우가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와 신인상 투표에서 94표의 기자단 유효표 중 76표를 얻어 당해년도 입단 신인이 아닌 신분으로는 4번째 수상자가 됐다. 최우수선수엔 다승과 탈삼진 2관왕 김광현이 51표를 얻어 27표의 타격왕 김현수(20·두산)를 따돌리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최형우는 2002년 삼성을 통해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그해 4경기 5타수 2안타만 기록한 뒤 2군에 내려갔다가 2년 만에 다시 1군에 복귀해 재기를 노렸지만, 2타수 무안타에 삼진 1개가 그의 한해 성적이었다. 그리곤 2006년 방출이라는 인생 최대의 쓴맛을 봤다. 그해 경찰청 창단 멤버로 군 복무를 하게 됐고, 야구 방망이와 장갑을 포기하지 않더니 바로 1년 전인 지난해 2군리그에서 홈런·타격·타점 3관왕을 차지했다. 결국 선동열 삼성 감독이 그의 활약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인상을 받았지만, 제겐 2년 차 징크스는 없습니다. 내년이 8년차니까요.”
최형우는 지난해까지 뛰었던 2군 이야기도 꺼냈다. “2군에 있는 선수들, 정말 야구 잘합니다. 1군 못지않게 훌륭한 게임 할 수 있습니다.” 그저 기회가 없을 뿐이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그는 수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부모님 다음으로, 경찰청에 있을 때 자신에게 수없이 기회를 주었던 김용철 감독, 그리고 프로무대로 자신을 불러준 선동열 감독에 전한다고 했다.
그에겐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시즌이 한창인 7월쯤 되면 허리가 아픕니다. 올 겨울엔 체중도 5㎏정도 빼서, 상 한번 받고 말았다는 소리듣고 싶지 않습니다.” 최우수선수인 후배 김광현이 들고있는 순금 2천만원짜리 트로피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상금과 트로피를 손에 쥔 그의 각오다.
양복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사인을 해달라는 요청에 들어간 상점에서 양복을 아예 구입했다는 최우수선수 김광현은 “작년에 신인상을 못 받아 속상했는데, 올해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쁘다”며 “꾸준히 노력해 기자분들을 이렇게 오래도록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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