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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3 19:18 수정 : 2008.11.13 19:18

서울 잠신중 야구부 선수들이 지난 10월22일 서울 구의정수장에서 열린 2008 가을철 서울시대회에서 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신중 제공

잠신중 야구부, 수업 마친뒤 훈련 원칙
시험기간엔 이틀 전부터 공부에만 전념
해마다 2~3회 우승…교우 폭도 넓어져

야구선수들에게 영어를 배우게 한 것은 유승안 전 한화 감독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유 전 감독의 아들 유원상(한화)이 이 학교 1학년이던 2000년이었다. 선수 학부모들이 3만원씩 걷어 영어강사를 초빙했다. 그 이후 영어에 친숙해진 선수들은 해마다 해외전지훈련을 나가면 현지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영어와 야구는 그렇게 친숙해졌고, 야구팀은 공부하는 분위기에 푹 빠지게 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2동의 잠신중학교 야구부(감독 황현철)는 공부하는 학교운동부로 소문이 자자하다. 지난달엔 스포츠폭력 현장 감시차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가 이 학교를 방문했지만, 선수들이 보충수업을 마치고 따로 운동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고, 늘 웃으면서 밝은 표정으로 훈련을 하는 보기드문 장면을 보고 돌아가기도 했다. 사흘 전엔 국무총리실에서 우수사례 조사차 방문도 했다.

남달리 선수들의 공부에 관심을 쏟던 황 감독은 몇년 전부터는 아예 선수들이 정규수업을 다 받도록 했다. 다만, 선수들이 학원을 더 다니지 못해 정규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메워주기 위해 주 3일, 보충수업을 받도록 하고 있다. 황 감독은 “내년부터는 매일 보충수업을 하기로 교장선생님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 시험기간이 시작되면 이틀 전부턴 아예 운동을 하지 않는다. 또 대회가 있어도, 경기가 끝난 뒤엔 반드시 수업에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선수들이 늘 수업을 받다보니 일반학생 친구들이 많아져 교우활동의 폭도 넓어졌다. “운동만 하는 선수들이 공부도 못하고 사교에도 약하면 안된다”는 황 감독의 교육관이 빛을 보고 있다.

최근엔 야구 재능이 남다른 2학년 추교민(14)이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해 학부모나 감독이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성적이 오르자 야구보다 공부에 더 재미를 붙인 것이다. 어려서부터 캐나다에서만 생활하던 최혁우(14)가 지난해부터 이 학교로 ‘역유학’을 한 계기도 체계적인 야구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고도 잠신중 야구부는 지난달 22일 가을철 서울시대회 결승에서는 선린중을 10-1,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매년 전국대회를 비롯해 서울대회까지 2~3번씩 우승트로피를 차지하는 야구명문팀이다. 유승안 감독을 비롯해 이순철 전 엘지(LG) 감독, 강만수 전 배구대표팀 감독 등 지도자들이 자식들을 모두 이 학교에 보내는 이유다. 이용규(기아)와 민병헌(두산) 등 프로야구 선수도 배출해냈다. 황 감독은 “아직도 운동선수들은 공부가 부족하다”며 “합숙소도 있어 외국처럼 운동 뒤 별도로 선수들을 교육하고 싶지만 합숙을 불허하는 정부 방침 탓에 고민 중이다”고 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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