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21 18:28
수정 : 2008.11.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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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21일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원삼 트레이드 불가’를 발표한 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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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우 KBO총재 임기전 사퇴 뜻 내비쳐
프로구단 도덕성 훼손…KBO 늑장대처 ‘눈총’
예상했던 결론이었지만, 뒤끝은 개운치 않았다. 프로구단들의 도덕성이 훼손됐고,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늑장행정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신상우(71) 총재는 2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4일 삼성과 히어로즈가 요청한 장원삼 현금 트레이드건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신 총재는 “이번 트레이드는 히어로즈가 창단 당시 현금 트레이드를 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위배한 것이어서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삼성 쪽도 야구위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히어로즈 좌완투수 장원삼이 삼성으로 가는 대신, 삼성이 현금 30억원과 2군 좌완투수 박성훈을 내주는 현금 트레이드는 1주일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삼성은 거액을 들여 시도한 좌완투수 영입에 실패한 데 이어 문제많은 트레이드를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미 시즌 중 타이틀 스폰서를 잃어 자금난에 허덕여온 히어로즈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재정조달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다른 구단들 역시 이번 일이 터지기 전 히어로즈와 직간접으로 선수 트레이드를 놓고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재는 “이사회에서 이장석 히어로즈 사장이 다른 구단들도 다 얘길 해놓고도, 지금 와서 삼성과 계약하려니 반대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고 했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 히어로즈가 10억원을 요구하는 트레이드를 거부하는 등 나머지 6개 구단 단장들은 단장회의에서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일로 구단 간은 물론 구단과 야구위 사이에서도 불신의 틈이 생겼다. 2~3일이면 처리할 수 있었던 야구위의 늑장 대응도 문제가 됐다. 야구위 실무진은 수차례 불가방침을 신 총재에게 보고했지만, 신 총재가 부산상고 후배인 김응룡 삼성 사장의 입장을 생각하느라 시간이 지연됐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 신 총재는 이번 사안과 별도로 내년 3월 임기 이전에 사퇴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올림픽과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거취를 고민했다”며 “시즌 마지막 행사인 골든글러브(12월11일)가 끝난 뒤 별도 날짜를 잡아 언제 물러날지 밝히겠다”고 말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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