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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5 10:23 수정 : 2013.03.04 16:04

“뭐 있깐디!” 남해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 서재응은 몸이 고된 건 아니란다. “이번엔 말만 아니고 진짜 4강 가야죠!” 남해/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스포츠 다큐] 남해 마무리훈련 캠프 자청 기아 서재응
42일간 ‘특훈’…투구폼 교정뒤 ‘옛 느낌’ 새록새록
‘서재응표 커브’ 준비…코치진 “내년 10승 충분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한국에서 10승은 ‘떼어논 당상’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 시즌 고작 16경기에 나와 5승5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평균자책은 국내 선수들 가운데서도 그저 그런 4.08점. 부상으로 3개월간 아예 개점휴업까지 했다. 계약금 8억원, 연봉 5억원의 메이저리그 출신 ‘에이스’의 성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국내의 어지간한 연봉 5천만원 투수 정도에 걸맞는 성적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2002년 이후 6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8승40패(평균자책 4.60점)를 올렸던 그다. 하지만, 한국 프로 데뷔 첫 해는 말 그대로 ‘악몽의 해’가 되고 말았다. 안방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집에 있기도 뭐해 광주 무등경기장을 찾았다. 관중석에 앉아 그저 안타까움만 곱씹어야 했다.

‘전직 메이저리거’ 서재응(31·기아 타이거즈)이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지난 19일 경남 남해군 서면 서성리 기아의 마무리훈련 캠프 현장. 서재응은 아침부터 뛰고 있었다. 간판급 선수들은 굳이 참가하지 않아도 되는 마무리 캠프에 자청해 온 것이다. 서재응 정도면 훈련 강도가 훨씬 느슨한 재활군 훈련(광주)에 참가해도 뭐랄 사람은 없다. ‘명가 부활’을 선언했던 팀은 6위로 시즌을 마쳤다. 가을 축제도 그저 남의 이야기가 됐다.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 시즌 뒤 “한가하게 쉬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전통의 명가 기아의 부활을 위해 서재응이 다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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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부터 오는 30일까지 42일간 계속되는 합숙훈련의 하루 일과는 빠듯하다. 러닝과 스트레칭, 하프피칭, 투구폼 교정을 모두 오전에 소화한다. 오후엔 웨이트 트레이닝과 부상 치료, 저녁에는 투구 발란스와 팔꿈치 보강 훈련이 이어진다. 서재응의 훈련 목표는 네 가지. 햄스트링 부상 완치, 팔꿈치 강화, 투구폼 교정, 다이어트 등이다.

서재응은 지난 시즌 실패의 원인으로 훈련 부족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그는 “마이너리그 잔류와 일본 진출, 한국 복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 겨울 운동을 제대로 못했다. 결국 기아 스프링 캠프 때 무리하게 몸을 끌어올리려했던 게 ‘독’이 됐다”고 했다. 잔부상을 안고서도 이름값은 해야한다고 생각하다보니 무리가 왔다. 결국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 부상이 올라왔고, 국내 선수들을 상대하려고 원래 던지지 않던 포크볼까지 쓰다보니 팔꿈치 부상까지 겹쳤다. 낯선 스트라이크존도 서재응을 괴롭혔다. ‘컨트롤 아티스트’로까지 불리던 그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타자들은 ‘명품’으로 꼽히던 서재응의 체인지업 하나만 벼르고 타석에 들어섰다. 칸베 토시오(65) 기아 투수 코치로부터 “모든 투수는 아무리 없다고 해도 7가지 ‘쿠세’(버릇)를 갖고 있다”는 말을 들은 다음에는 ‘투구폼을 읽힌 건가?’라는 불안감까지 덮쳤다.

우선은 부상 회복이 급선무다. 손상을 입은 허벅지 뒤쪽 근육을 치료하기 위해 하체강화 훈련과 물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부상은 거의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혹여 재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훈련과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한때 103㎏까지 나가던 몸무게도 가장 편하게 느끼는 93㎏까지 줄여야 한다. 현재 97kg으로 거의 목표치에 도달했다. 소주 4~5병은 거뜬하던 술도 일부러 피하고 있다.

“아직 100%는 아니지만, 옛날 ‘그 느낌’이 오고 있어요.” 공에 힘을 더 싣기 위해 투구폼도 교정하고 있다. 투구시 쭉 뻗던 왼팔을 접고, 너무 빨리 열리던 왼어깨도 고쳐 잡고 있다. 하체 중심도 더 뒤쪽으로 옮기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팔꿈치 부상을 줄이면서 공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재응표 커브’도 준비 중이다. 구종에 대한 고민 끝에 최근 배우기 시작한 공이다. “상하로 떨어지는 공이 없어서 커브 잘 던지는 후배들한테 따로 공 쥐는 법, 각 잡는 법을 배워요. 몰라서 배우는데 후배라고 창피한 거 없죠.”

“돌덩어리다!” 묵직한 공이 미트에 꽂힐 때마다 포수 차일목(27)이 추임새를 터뜨린다. 그는 “재응이형 공이 진짜 좋아졌어요. 세게 안 던지는데도 지금같은 힘, 무게면 다 먹힌다”고 했다. 기를 살려주려는 것이겠지만, 허투루 내뱉는 것 같지는 않다. 칸베 투수 코치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만큼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정상급”이라며 “파이팅이 넘치고 정신력도 강해서 내년 시즌 두자리 승수는 충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하는 게, 그래서 ‘해태’(기아 전신)에 오는 게 꿈이었어요. 먼길을 돌아왔지만 고향팀에서 야구하고 있으니까 정말 행복한 거죠.” 서재응의 내년 시즌 목표는 우선 부상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이다. 그리고 ‘팀의 4강 진출’을 달성해야 한다. “승수도 관심 없어요. 팀에 도움이 되니까 평균자책점에는 욕심이 좀 있죠.” 이야기를 마친 서재응이 달리기 선두로 나서며 특유의 다부진 목소리로 다시 훈련을 연다. “자, 시작합시다!”

남해/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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