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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3 08:33 수정 : 2008.12.23 09:12

KBO 총재 인선 정부 압력
정부지원금조차 없는데 “문화부 소관” 강변
정치권, 야구 관심보다 ‘쉬어가는 자리’ 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관 3장 10조에는 ‘총재는 이사회에서 재적 이사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천하며 총회에서 재적 회원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 뒤 감독청의 승인을 얻어 취임한다’고 명시돼 있다. ‘감독청’이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이다. 정관상으로 보면, 문화부는 최종승인권자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또한, 한국야구위원회는 정부지원금 없이 운영되는 법인단체이기 때문에 총재 선임에 있어 문화부와의 사전조율도 필요없다. 여권에 널리 퍼져 있는 “KBO가 정부 예산을 지원받으니 정부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스포츠토토 배당금의 성격을 잘못 알고 하는 이야기다. 스포츠토토 배당금은 엄연히 프로야구 경기로 번 돈을 정당하게 나눠받는 것일 뿐 정부지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지금껏 문화부는 차기총재 선임에 거의 전권을 행사해왔다. 지난 1998년 구단주 출신으로 첫 ‘자율 총재’로 뽑힌 박용오 총재를 제외하고 역대 총재들이 전부 정치권에서 내려보낸 ‘낙하산’이었다. 박용오 전 총재도 정치권의 반대로 선임이 무산될 뻔했으나 여론의 뒷받침을 받아 총재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정부 관계자들이 “KBO 총재는 문화부 소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관행만을 내세운 ‘흘러간 테이프’에 불과하다.

프로야구 사장단이 신상우 전 총재가 조기 사임의사를 밝힌 직후 발빠르게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차기총재로 추대한 것도 정치권 인사를 배제하고픈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당시 오찬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이사는 “500만 관중이 드는 등 야구붐이 조성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야구를 더 많이 아는 분이 총재로 오셔서 붐업을 계속 주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데 사장단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도 물망에 올랐으나 국외 체류 중이라서 유 이사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후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추대된 유영구(62)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자진 사퇴한 2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1층 로비에서 직원들이 현관을 드나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8개 구단 사장단은 간담회 이전부터 “차기 총재는 명예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선 총재들이 높은 연봉(1억8천만원)에 고액의 판공비를 야구발전이 아닌 개인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쓰는 것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었다. 특히, 신 전 총재가 히어로즈 문제 해결 등에서 보여준 ‘말이 먼저 앞선 행보’에 야구계의 실망은 더 커지면서 “더이상 정치권 낙하산은 안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다. 허구연 <문화방송> 해설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관선총재의 결과로 1960년대 야구장이 그대로 남아있다. 총재직은 더이상 국회의원들이 쉬었다 가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허 위원은 <스포츠동아>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탐욕을 앞세운 무리들이 하이에나처럼 싹쓸이 하려는 시도를 이제 체육계 스스로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서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날세운 주장을 하기도 했다. 야구팬들 또한 관련사이트를 통해 “크리스마스에 낙하산을 선물로 받게 됐다”며 대부분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10년 만의 자율총재의 꿈은 이대로 막을 내릴까. 사장단은 예정대로 23일 이사회를 하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사장단 중 한 명은 “결국 조금 조용해지면 위에서 내려온 사람으로 총재자리가 채워지지 않겠는가”라는 자조섞인 말을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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