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24 19:00
수정 : 2008.12.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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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떠오른 샛별, KIA 투수 이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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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떠오른 샛별 ④ KIA 투수 이범석
정면승부가 무기 ‘직구 사나이’
삼성전 노히트노런 눈앞서 놓쳐
내년 시즌 선발 두자리승 목표
“젊었을 때는 직구를 던져야죠.”
그는 직구라고 했다. 23살의 청년은 정직하지만 빠른 직구가 자신의 무기라고 했다. 아직은 옆으로 돌아간다는 게 익숙치 않은 나이. 올시즌 혜성같이 등장한 기아 타이거즈의 이범석(23·KIA)은 앞만 보고 던졌다. 겁없이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도 작성할 뻔 했다. 지난 7월4일 삼성전, 이범석은 9회 2사까지 한명의 타자에게도 1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시속 150㎞를 웃도는 직구는 구석구석을 찔렀다. 하지만 “안타보다 더 싫은 것은 볼넷”이라는 그의 생각처럼 정면승부를 택하다 대기록을 앞두고 결국 박석민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는 “투나씽 나오면 공을 빼라고 하는데 그게 싫어요”라고 하는 청년이었다. 올시즌 기록은 7승10패·평균자책 3.08. 이범석은 올해 자신의 프로 데뷔 첫승의 기쁨도 맛봤다.
이범석은 지난 2005년 2차 2순위로 기아에 지명됐다. 청주기공 출신인 그는 “한화에서 8순위 정도 찍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기아가 앞 순위에서 불러서 정말 놀랐죠”라고 했다. 기아는 싱싱한 어깨 하나 보고 그를 골랐다. 고등학교 때까지 야수로 뛰던 그는 대학 진학이 좌절되자, 한해 유급과 함께 투수로 전향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시속 146㎞를 찍던 공의 스피드는 프로에 와서는 156㎞까지 나왔다.
질주했던 엔진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듯, 요즘 이범석은 회복 훈련 중이다. 그가 100이닝 넘게 던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취미인 좋아하는 술도 못하고 수영장, 헬스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방학 숙제 하듯 하고 있다. 이범석은 “내년에 못 하면 반짝 선수라는 말을 들을텐데…”라고 했다.
친한 선수는 같은 팀의 윤석민(22). “석민이는 차분하잖아요. 베이징 가서 금메달 따는 거 보고 굉장히 부러웠어요”라고 했다. 그래서 가장 존경하고 싶은 선수라고 했다. ‘한살 더 어리다’고 하자 “이대진 선배 본받아야죠”라고 금세 말을 바꾼다. “제가 지금 던지는 게 예전에 이대진 선배님 어렸을 때하고 비슷하대요. 빠른 공 던지는 투수였고. 그래서 이대진 선배가 항상 ‘어깨 아프면 그만 던져라’라고 얘기해 주세요.”
내년 목표는 선발 투수로 두자리 승수. 입단할 때 “2군에서 10년만 고생하라”던 부모님도 “이제는 1군에 있으라”고 했단다. 직구 속도 만큼 투수 전향 뒤 빠른 성장을 한 이범석. “아프지 않을 때까지 계속 던질래요”라고 말한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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