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자들의 시선을 의식한 박찬호는 싱긋 웃어보이더니 과장된 동작으로 발을 절룩거리기 시작했다. 짓궂은 장난이었다.
이날 2회 라몬 마르티네스의 타구에 맞은 발목에 기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음을알고 선수를 친 것이다.
이날 인터뷰의 화제도 단연 발목에 타구를 맞는 그 장면이었다.
'댈러스-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의 T.R. 설리반 기자는 "오늘 그 플레이로 일주일은 ESPN 뉴스에 나오게 됐다"고 말을 건네자 박찬호는 "1루수 텍스가 잘 잡아주었다"며 공을 1루수 테세이라에게 돌렸다.
승리를 아깝게 놓쳤지만 팀이 이긴 때문인지 박찬호의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아까 발목으로 타구를 잡아낸 장면을 녹화 필름으로 보았는가.
△보았다. 테세이라가 잘 잡아준 덕분에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이닝을 마친 뒤 발이 불편해 보였는데.
△처음 덕아웃으로 돌아갈 때 조금 불편했지만 통증도 사라졌고 던지는데에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다음 등판에도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다.
--오늘 불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주 좋았다. 덕 브로케일은 그래도 어려운 상황을 잘 막아주었고 이후 닉 레질리오도 훌륭하게 던지며 프란시스코 코르데로에게 세이브 기회를 주었다.
--발을 다치고 난 뒤 공 스피드가 95마일(153km)까지 나왔는데 스피드에 만족하나.
△스피드에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내가 만족하는 건 제구력이다. 한 두개 실투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지난번 등판보다 훨씬 좋았고 위기에서 좋은 공을 던져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6회 마운드를 내려올 때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나.
△전혀 문제 없었다.
--타구에 맞은 부위는 어디인가.
△맞은 게 아니라 내가 찬 것이다. 오른 발목 부근인데 발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알링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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