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13 09:48
수정 : 2009.01.1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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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입단한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가 1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휴지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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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불참 대표팀 은퇴 선언
“더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지만, 자긍심을 갖고….”
박찬호(36·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뜻밖의 눈물이 눈가에 그렁그렁 고였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구단에서 가져온 유니폼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찬호는 “세계야구클래식(WBC)에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30대 중반을 넘은 박찬호에게 세계야구클래식 출전 무산은 사실상 대표팀 은퇴를 뜻한다. 공주고 3학년 시절이던 1991년 청소년 대표로 첫 태극마크를 단 이후 18년 만의 일이다. 1993년 미국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의 디딤돌을 놨고, 1998년 방콕아시아경기에서 첫 국제대회 우승과 병역혜택을 따냈다. 2006년 세계야구클래식에선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기적같은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필라델피아 구단에서 신체검사를 마치고 국내로 들어온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구단으로부터 ‘세계야구클래식에 나가든, 안 나가든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그는 못다한 기자회견을 고국에서 하기 위해 구단에 유니폼과 모자를 요청했다.
“다시 61번을 달았습니다. 여기엔 태극마크가 없지만, 이걸 입고 항상 애정과….” 유니폼을 한 손에 쥔 그는 끝내 말을 맺지 못했다. “생각지도 않은 눈물이 난다”며 기자회견장 뒤에서 쏟아지는 눈물 자국을 지워야했다. 그는 “구단이 선발보다 구원투수로 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계야구클래식과 메이저리그 둘 다 잘하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했다”며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팀에서 5선발 자리를 꿰차고, 자존심도 회복하기 위해 스프링캠프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박찬호마저 불참을 선언하면서 세계야구클래식을 준비하는 한국 대표팀엔 비상이 걸렸다. 그렇잖아도 부족한 메이저리그 출신 베테랑 선수와 귀중한 오른손 투수를 동시에 잃어버린 셈이 됐다. 박찬호는 베이징 올림픽 때 인연을 맺은 김경문 감독의 배려로 14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일본 미야자키에서 두산 선수들과 함께 겨울 훈련을 한다. 이어, 2월 중순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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