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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9 18:12 수정 : 2005.05.19 18:12

김동훈 기자의 직선타구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는가, 꽃처럼 어여쁜 그 이름은 고왔던 순이 순이야~~~.”

요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뜨고 있는 노래 〈부산 갈매기〉다. 하얀 야구공처럼 훨훨 날아가는 갈매기의 이미지가 흥겨운 리듬에 실려 더욱 인기를 끄는 것 같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부산 사직구장에는 이 노래가 넘쳐난다.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가 잘 나가던 1980년대 후반 광주구장에서는 〈목포의 눈물〉이 자주 흘러나왔다. 해태 팬들은 “사공에 뱃노래 가물거리면~~”을 흥얼거리며 ‘광주의 설움’을 야구로 달랬다. 태평양 돌핀스와 현대 유니콘스 등 과거 인천 연고팀의 성적이 좋을 때는 인천 도원구장에 어김없이 〈연안부두〉가 울려퍼졌다.

70년대 말 가수 문성재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친 〈부산갈매기〉가 요즘처럼 자주 불려진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롯데가 우승했던 92년 이후 10여년만이 아닐까 싶다. 부산은 원래 야구에 죽고 사는 도시다. 오죽하면 ‘구도’(야구도시)라고 불릴까. 과거 외항선원들이 야구장을 자주 찾았다는 얘기도 있고,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면서도 마땅한 놀 거리가 없어 야구장이 가득찼다는 말도 전해진다. 부산에서 열리는 화랑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이미 1949년에 생겨났을 정도다. 청룡기와 황금사자기 다음으로 오래됐다. 부산고·경남고·부산상고 등 야구 명문들은 김응용, 김용희, 최동원, 우경하, 양상문, 김민호, 윤학길 등 기라성같은 선수들을 줄줄이 배출했다.

요즘 흥겨운 부산 갈매기 노래와 함께 프로야구 관중이 부쩍 늘었다. 14일에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97년 이후 8년만에 300만명 돌파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변덕쟁이다. 언제 발길을 뚝 끊을지 모른다. 최근 좋지 않은 징조도 많다. 평균 경기시간과 관중은 정확히 반비례한다. 야구 열기가 뜨거웠던 90년대 중반에는 2시간대에 경기가 끝났다. 반면, 관중 하향세가 뚜렷했던 98년 이후에는 6년 연속 3시간을 넘었다. 올해 평균 경기시간은 역대 최장인 3시간15분이다.


눈먼 심판 판정도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큰 점수 차에서 나오는 번트, 느릿느릿한 투수 교체 등도 팬들을 짜증나게 한다. 그 사이 ‘관객’들은 하나둘씩 야구장을 빠져나간다. 올 시즌이 끝날 무렵 뒤늦게 ‘너는 벌써 나를 잊었니’ 하고 ‘갈매기’를 부를지도 모른다. 후회하기 전에 화끈한 경기, 재미있는 경기로 ‘갈매기’들의 사랑을 ‘꽉꽉’ 붙잡아야 한다. 그것은 고스란히 ‘배우’들의 몫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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