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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돌풍 이끈 ‘깜짝 마무리’ |
기영노의 야구 삼국지
메이저리그에서는 1930년대만 해도 선발투수가 전체 경기의 44%를 완투했다. 이 비율은 1950년대 40%, 70년대 22%, 90년대 14%, 2000년대 12%로 점차 줄었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현대 프로야구는 불펜, 특히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 올시즌 한-미-일 프로야구에는 마무리 투수와 관련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돌풍의 팀에 ‘깜짝 마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두산 베어스에는 정재훈이 있다. 두산은 지난해 마무리 구자운이 병역비리로 빠지자 ‘6억 신인’ 서동환을 올시즌 마무리로 낙점했다. 하지만, 서동환은 첫 등판부터 난타를 당해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궁여지책으로 정재훈이 등장했다. 프로 3년차인 정재훈은 구속은 시속 140㎞를 겨우 넘길 정도지만 포크볼이 명품이다. 그는 어렸을 때 가슴과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어 군대도 면제 받았다. 두산은 적어도 5년은 마무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애초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중위권 정도로 분류됐다. 그러나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팀 중 최고 승률을 기록 중이다. 그 중심에는 ‘땜빵 마무리’ 더스틴 허만슨이 있다. 화이트삭스의 마무리는 일본인 투수 다카스 신고였다. 하지만, 신고가 제구력 난조로 난타를 당하자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마무리로 뛰던 허만슨을 부랴부랴 마무리로 기용했다. 허만슨은 150㎞ 안팎의 구속으로 마무리 투수 치고는 별로 빠르지 않지만 스플리터(포크볼보다 손가락을 더 벌리고 공을 던지는 투구)가 일품이다.
일본에서는 이승엽이 뛰고 있는 롯데 머린스의 돌풍이 거세다. 시즌 전 중하위권으로 예상됐던 롯데는 최근 팀당 36경기씩 치른 인터리그에서 24승1무11패로 우승을 차지했고, 정규리그에서도 퍼시픽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마무리 고바야시 마사이데의 깜짝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고바야시는 지난해 신통치않은 성적으로 밸런타인 감독이 교체를 검토했다. 하지만 올해는 새로 태어났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6㎞ 정도로 공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칼날이다.
마무리 투수는 빠른 직구 아니면 포크볼이나 슬라이더 같은 확실한 주무기 하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정재훈과 허만슨, 그리고 고바야시의 공은 빠르지 않다. 하지만 포크볼, 스플리터, 제구력이라는 ‘일살필기’의 주특기가 하나씩 있다. 세나라에서 현대 야구가 필요로하는 마무리가 어떤 것인지 몸으로 보여주는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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