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28 18:35
수정 : 2005.06.28 18:35
이런 가정을 해보자. 만약, 양준혁(삼성)이 국내 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장식했다면. 또 조웅천(에스케이)이 통산 최다출장 때 멋진 세이브를 기록하고, 송진우(한화)가 1만1천번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면….
현실은 어땠을까. 송진우는 지난 26일 엘지와의 잠실경기에서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통산 1만1천 타자를 상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1만1천번째 타자인 김정민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 다음 타자인 이대형에게도 1루쪽 내야안타를 허용하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송진우는 이날 3⅓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6안타 3사사구로 무려 6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조웅천도 마찬가지. 조웅천은 24일 삼성과의 문학경기 9회 614경기째 마운드에 올라 종전 김용수의 613경기를 넘어섰다. 하지만, 연장 10회 4안타를 맞고 3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양준혁은 지난해까지 12년간 3할을 못넘긴 시즌이 한번 밖에 없을 정도로 타격의 달인. 하지만 올해 타율은 고작 2할3푼대다. 그는 지난 25일, 하필이면 긴긴 슬럼프 때 장종훈의 프로통산 최다안타(1771안타) 기록을 넘어섰다. 그날은 잘 나가던 팀도 졌다. 표정이 밝을 리 없었다.
재일동포 장훈은 3천안타를 극적인 홈런으로 장식했다. 이 장면은 국내 음료업체의 광고에 활용되기도 했다. 만약, 장훈의 3천안타가 실책성 내야안타였다면 어땠을까? 극적인 요소도 반감됐을 테고, 광고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대기록도 ‘때’를 잘 만나야 빛이 나는 것 같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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