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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투구분석 ② 찰떡궁합 찾은 투심패스트볼 |
풋고추는 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고 쓴 커피는 단 설탕이 맛을 더해준다.
음식궁합이 있는 것처럼 피칭궁합도 따로 있다.
'커브의 귀재' 배리 지토(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또다른 주무기는 시속 90마일(145km)에도 미치지 못하는 높은 직구다.
지토의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 제일 큰 낙차를 자랑한다.
타자 얼굴 높이로 들어오던 높은 공이 뚝 떨어지며 스트라이크가 되고 한가운데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던 커브에 방망이를 돌리면 터무니없는 원바운드가 된다.
지토가 높은 직구를 던지면 이미 높은 커브에 당한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오기십상이다.
원바운드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한 다음에는 한복판 평범한 직구에도 방망이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정교한 제구력으로 유명한 톰 글래빈(뉴욕 메츠)은 '서클체인지업'과 역시 시속90마일에도 못미치는 직구만으로 한 시즌 20승을 5번이나 돌파했다.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공을 던진 뒤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서클체인지업에 무수한 타자들이 그토록 오랫 동안 맥을 못춘것이다.
대포알 같은 강속구가 없어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변화구가 없어도 궁합맞는 두 가지 구질만으로 정상급 투수가 되는 경우는 많다.
박찬호의 경우 최근 두 경기에서 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연분을 맺어주었다.
두 구질은 움직임이 정반대다.
오른손 타자를 기준으로 할 때 투심패스트볼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휘어지며가라앉는 반면 슬라이더는 바깥쪽으로 휘어지며 떨어진다.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낮은 투심패스트볼을 던졌다고 가정하자.공은 처음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향했으나 몸쪽으로 휘어들어와 스트라이크가 된다.
다음 공으로 똑같은 방향의 슬라이더를 던지면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공을 투심패스트볼을 예상하고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에 방망이를헛돌리게 된다.
반대로 슬라이더를 먼저 사용하면 반대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런 궁합을 가장 잘 이용한 투수가 바로 전성기의 케빈 브라운(뉴욕 양키스)이었다.
관건은 슬라이더와 투심패스트볼을 얼마나 비슷하게 던지느냐 것. 또 타자를 마음대로 요리하기 위해서는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끄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같은 공의 배합도 정교한 제구력이 뒷받침돼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찬호는 6월27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과 7월2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그럴만한 능력이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직구 스피드가 떨어지자 스플리터를 섞으며 회춘한 로저 클레멘스(휴스턴 애스트로스), 평범한 직구에 스트레이트 체인지업만으로 여전히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활약하고 있는 트레버 호프먼(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피칭궁합'을 잘 이용하는 투수들이다.
(알링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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