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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장맛비도 못식힌 제주 야구열기 |
“홈런타자 양준혁!” “송지~만 홈런!”
12일 저녁 프로야구 현대-삼성 경기가 열린 제주 오라구장에 섬 사람들의 응원이 펼쳐졌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야구 불모지’ 제주에서 21년 만에 열리는 프로야구 정규 경기를 보려는 제주 시민들은 우산과 비옷으로 비를 피한 채 아랑곳하지 않았다.
관중은 1루와 3루 쪽으로 나뉘어 치어리더의 춤과 음악에 맞춰 막대풍선을 치며 흥겨워했다. 1회 삼성 양준혁의 홈런이 터질 때도, 2회 현대 정수성의 2타점 2루타가 나올 때도 관중은 내 편, 네 편 없이 아낌없는 박수로 환호했다.
아들·딸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송명섭(39·제주시 연동)씨는 “오늘 경기를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고영철(40·제주시 이도2동)씨도 “야구를 좋아해 육지로 출장가면 야구장을 찾곤 한다”며 “경기도 재미있어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즐거워했다. 제주도의 유일한 고교 야구팀인 제주관광산업고 선수들도 단체 관람을 하며 꿈을 키웠다. 1학년 강대성(16)군은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스타 선수들을 직접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라운드의 감독과 선수들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마치 시범경기하러 온 것 같다”며 즐거워했고, 현대 외국인 선수 서튼은 “3연전이 끝나면 아내와 하루 동안 제주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8500여석을 채울 수 있는 오라구장에 이날 모여든 관중은 7천여명. 선수들은 섬 사람들의 야구 갈증에 보답이라도 하듯 화끈한 타격전을 펼쳤다. 제주도야구협회 관계자는 “날씨만 좋았으면 만원 관중도 가능했다”며 아쉬워했지만, 흡족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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