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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8 18:28 수정 : 2005.07.18 18:37

12일 오전 구리시 수택동 엘지챔피언스클럽에서 최정우 엘지 코치(왼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강창주 선수가 어깨근육강화를 위한 튜빙 운동을 하며 재활에 땀을 쏟고 있다.

■ 프로야구 재활군

 “우욱! 으아악!! 미쳐!”

12일 경기도 구리시 엘지 챔피언스 클럽. 몸 각 부분 근력의 재활 정도를 한계치까지 잴 수 있는 최첨단 장비인 사이벡스에 온 몸이 묶인 한 선수가 몸부림친다. 지하 2층에 30평 남짓한 체력단련실에선 또 한 무리의 선수들이 땀 흘리고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지만 당장은 야구를 할 수 없는 이들. 바로 재활군 선수들이다. “제 아무리 1군 간판선수라도 다쳐서 내려오면 불안해합니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이런 부상은 흔하다’는 말로 먼저 마음을 안정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죠.” 최정우(50) 엘지 재활코치의 말이다.

재활은 지루한 반복의 연속. 그렇지 않으면 찢어지고 끊긴 피부 속 잔 근육을 키울 수 없다. 이를테면 고무밴드 같이 생긴 ‘튜빙’이란 근력강화 장비를 잡아당기고, 생쌀이 담긴 통에 손을 넣어 쥐락펴락하는 ‘감질나는’ 동작들을 수십 수백번씩 반복하는 것이다. 통증이 없어지기 전에는 함부로 공이나 배트를 만질 수도 없다. 길게는 여섯달까지 죽도록 ‘폼만’ 잡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고독함도 만만치 않다. 재활군엔 늘 팀 정원의 10% 남짓인 8~15명의 선수가 들락거리며 종일 함께 운동하지만, 철저히 각자 제몫의 회복훈련에만 전념할 뿐이다.

엘지 트윈스 이동현이 12일 오전 엘지챔피언스클럽에서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공·배트 멀리한채 근육강화 동작만 반복
1군복귀 조급증에 정신적 고통 더 심해

그래서 재활은 몸보다 정신이 더 고통스런 과정이다. “빨리 1군에 올라가려는 욕심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부담감 탓에 조급해질 때가 많다. 몸은 생각보다 안 낫고, 그러다 보면 ‘내가 여기서 뭐 하는가’하는 무력감이 절로 든다.” 10일 재활군에 내려온 진필중의 말이다. 9개월째 재활 중인 이동현도 “처음엔 온갖 짜증에 시달려 ‘이제 야구를 그만두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름이 있는 선수들은 나은 편이다. 무명 2군 선수들은 당장 생계 위협을 받기도 한다. 이동현은 “2군에 있던 한 선배는 아침에 재활하러 나오다가 방출 통보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견디게 하는 힘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야구를 다시 하고 싶다”는 소박하고 정직한 욕망이다. 그 욕망은 소박하기에 자주 흔들리지만 정직하기에 힘이 있다. 구리/글·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양예나 인턴기자

몸 망치는 학교 체육이 문제

최정우 엘지 재활코치

“프로에 들어오는 신인들 중 반 이상은 이미 몸이 망가져 있습니다. 이것부터 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정우 엘지 재활코치는 선수들의 몸을 망가뜨리는 학교 엘리트체육이 단단히 잘못됐다고 통탄한다. “현대 야구에서 재활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고달프고 번거롭지만 부지런히 스트레칭하고, 많이 쓰는 근육은 꾸준히 단련하는 게 부상을 막는 지름길이다.”

‘재활의 전도사’인 그가 절대 입밖에 내지 않는 말이 있다. “너 야구하기 어렵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 코치도 난감하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마음이 다쳐 재활군에 내려오는 선수들을 대할 때다. 자포자기에 빠진 선수는 의욕을 북돋우기가 어렵다. 회복도 그만큼 더디다.

보람을 느낄 때도 많다. “예전에 발목·팔목 기능이 다 떨어져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의사 진단을 받은 선수가 이불 속에서도 아령 운동을 할 정도로 독하게 재활했다. 그 선수는 지금도 주전으로 당당히 뛰고 있다.” 그래서 최 코치는 ‘사람 몸은 때론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는다. 구리/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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