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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5 10:34 수정 : 2005.07.25 10:35

'부자 망해도 3년 간다'는 말은 기아 타이거즈를 보면 말그대로 '옛말'임을 알 수 있다.

기아가 2년 연속 시즌 중 '감독 해임'이라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두 감독 모두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후 1주일 사이의 성적에 따라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김성한 전 감독(47. 현 군산상고 감독)은 지난해 후반기 시작과 함께 5연패 늪에 빠지면서 총감독으로 물러났고 유 전 감독도 의욕적으로 출발한 후반기 첫 주 2승 4패의 부진 속에 퇴진했다.

명가였던 타이거즈가 몰락의 길을 걸은 지는 꽤 됐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1997년 이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고 우승 신화는 10회 직전에서 지독한 '아홉수' 징크스를 겪고 있다.

2001년 8월 한국시리즈 `V9'에 빛나는 해태를 인수해 새롭게 태동한 기아 타이거즈는 24년 구단 역사상 올 시즌 처음으로 꼴찌의 수모를 겪고 있다. 25일 현재 팀 성적은 34승 1무 49패로 7위 현대에 3게임차 뒤진 단독 꼴찌다.

4강 커트라인인 5할 승률에 15승이나 부족하며 남은 42경기에서 8할 이상의 승률을 올린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올 시즌 포스트시즌행은 힘들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전력 자체는 상위권이었음에도 성적이 곤두박질 친 것은 분명 유 감독의 지도력에 기인한다.


하지만 시계를 불과 9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기아는 지난해 10월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잘 수습해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지도력'를 높이 사 유남호 감독대행의 대행 꼬리표를 떼어줬다. 계약기간도 2년이었다.

하지만 기아는 1년이 채 못돼 사실상 감독 자리를 빼앗으면서 다시 한번 근시안적은 운영행태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현 성적에 관한 모든 것을 감독 한 사람에게 전가시킬 수 있느냐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기아는 그동안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보다는 가장 손쉬운 감독 교체라는 임시방편 수습책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이름 있는 용병 및 FA 영입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으나 현장이 프런트의 눈치를 보며 소신을 잃은 이상 성적은 반비례할 수밖에 없었다.

돈을 마구 쏟아붓는다고 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 삼성 라이온즈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현재 기아가 예전 삼성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과거 삼성은 프런트가 나서 감독을 위축시키는 바람에 소신 있는 야구를 펼치지 못했고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 징크스와 맞물리면서 감독이 숱하게 '잘리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기아측은 "현장에서 원하는 대로 다 해줬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은 감독의 책임이 아니냐"고 말하지만 감독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리에 앉힌 구단의 행태에 더 큰 원인이 있다.

과거 프런트보다 더 높은 '황제'로 군림했던 김응룡 전 감독(현 삼성 사장)이 타이거즈를 떠난 뒤 현장의 목소리가 위축되고 프런트가 전면에 나서면서 선수단이 야구만을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다.

이제는 기아 프런트가 외부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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