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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딛고 ‘10할 타자’ 부활 안간힘 “‘빅 허트’(Big hurt)요? 마음에 드는데요.” 3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문희성(32·두산)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전날 엘지와의 잠실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으로 무려 5타점을 올린 ‘감격’ 때문인 듯 했다. 빅 허트는 그의 새 별명. 상대에게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준다는 뜻이다. 적어도 엘지전에서 문희성은 별명 그대로였다. 지난 5월4일 역전 3점포와 결승타로 ‘쌍둥이’를 울리더니, 2일에도 역전 3점포와 쐐기 2점포로 넉다운시켰다. 문희성은 1993년 홍익대 시절 대학선수권대회에서 17타석 7타수 7안타 ‘타율 10할’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한국야구사에도 실린 전설의 기록이다. 워낙 엄청난 기록이다보니, 나머지 10타석이 모두 고의사구라는 말까지 떠돌았다. “그건 아니예요. 희생타도 있었고, 몸에 맞는 공도 있었어요. 물론 고의사구도 많았죠.” 문희성은 현대 피닉스를 거쳐 97년 두산에 입단했다. 체격(195㎝·110㎏ )과 외모가 메이저리그 라울 몬데시와 닮아다고 해서 ‘문데시’라는 기분좋은 별명도 붙었다. 그해 타율 0.250에 6홈런, 34타점으로 신인치곤 괜찮았다. 하지만 이듬해 공익근무로 1년을 쉰 뒤 99년 복귀해보니 타이론 우즈라는 큰 장벽이 막고 있었다. 이후 지긋지긋한 2군 생활의 연속이었다. “1군과 2군의 실력은 백지 한장 차이예요. 나머지는 운인데, 제겐 운이 너무 없었죠.” 그는 올해 최훈재 타격코치의 집중조련을 받고 거듭났다. 주전들의 잇단 부상으로 틈도 생겼다. 80경기에 나서 타율 0.263, 8홈런, 34타점으로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홈런 8개 중 6개를 잠실에서 터뜨려 박용택(엘지·7개) 다음으로 많다. “어제 일은 빨리 잊어야죠. 그리고 오늘 또 최선을 다해야죠.” 그의 마음은 벌써 잠실구장에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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