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1.01 22:46
수정 : 2012.11.01 22:46
아쉬운 SK
후반 상승세에도 2연속 준우승
초구공략 많아지며 ‘빈타’ 양산
1일 6차전이 열리기 전, 서울 숙소에서 이만수 에스케이(SK) 감독은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이 감독은 전세계적으로 말춤 열풍을 일으킨 가수 싸이를 언급하며 박재상을 불렀다. 싸이의 본명은 박재상이다. 이만수 감독은 곧바로 박재상에게 말춤을 지시했다. 박재상의 말춤에 에스케이 선수들은 모처럼 웃으면서 전날(31일) 5차전 악몽을 잠시나마 잊었다. 이 감독은 “그래, 웃어라. 바로 이 모습이다. 웃어야 이긴다”고 선수단에 강조했다.
그러나 에스케이는 경기 때 웃지 못했다. 잡을 수 있던 경기를 내준 터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상태였고, 선발 장원삼을 비롯해 삼성 투수들이 너무 강했다. 점수차가 벌어질수록 갑자기 추워진 날씨처럼 가을야구 디엔에이(DNA)도 점점 얼어붙어갔다. 결국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신화를 이룬 에스케이는 2년 연속 삼성에 덜미가 잡히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에스케이는 올해 부침이 많았다. 연승과 연패를 오가면서 팀 성적도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부상 선수가 돌아오면서 팀을 재정비했고 후반기 치고 올라가면서 정규리그를 2위로 마감했다. 마운드에서는 박희수·정우람이 뒷문을 막았고, 타석에서는 이호준·최정 등이 호쾌한 방망이를 휘두르며 팀홈런 1위 팀으로 발돋움했다. ‘빅볼’을 추구한 이만수 감독의 야구가 촘촘한 수비조직력에 더해지면서 시너지효과를 냈다.
그러나 ‘빅볼’은 포스트시즌에서 독이 되고 말았다. 초구 공략이 많아지면서 빈타를 양성했고, 득점 상황에서 세밀한 야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만수 감독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 할 수 있는 벤치 작전에서 2년 연속 류중일 삼성 감독에게 밀렸다. 이만수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았기 때문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만도 기적”이라며 “5차전 진 게 정말 아쉽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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