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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1 15:22 수정 : 2005.08.11 15:23

고교야구에서 심판이 상식에 가까운 야구 규칙을 오판하는 바람에 게임이 유례없이 '원상복구'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11일 제35회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에서 경동고와 군산상고의 마지막 16강전이 벌어진 동대문구장.

0-0으로 맞선 7회 1사 만루의 경동고 공격. 경동고는 김경근 타석에서 볼카운트 1-0에서 스퀴즈 작전을 냈다. 하지만 이를 간파한 군산상고 배터리는 볼을 뺐고 김경근은 번트에 실패했다.

이때 홈을 쇄도하던 경동고 3루 주자 배형진이 군산상고 포수 이광열과 3루수 전웅섭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렸다. 그 사이 2루 주자 김영은은 3루로 뛰었다.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됐다. 김영은이 3루에 도달하기 전 배형진이 3루 베이스를 밟고 그대로 서 버린 것이다. 김영은은 다시 2루로 열심히 되돌아갔다.

3루 주자를 '토끼몰이' 하던 군산상고의 포수 이광열은 배형진을 태그했으나 그는 이미 3루를 밟고 있는 상태였다. 전혀 문제 없는 세이프 상황이었다.

그런데 3루심 오광수씨가 아웃을 선언해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착각이라 볼 수도 있었으나 상식을 거꾸로 뒤집은 심한 오판이었다.


오 심판의 아웃 시그널에 따라 군산상고 수비진은 2루로 귀루하던 김영은을 다시 토끼몰이 했고 태그 아웃시키며 스리아웃으로 이닝을 마무리,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엄연히 살아 있던 경동고의 3루 주자 배형진이 그 사이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당연한 득점이었다.

그러나 스리아웃으로 이닝이 끝난 줄 알고 좋아하던 군산상고측이 발끈했다. 심판의 아웃 선언이 있었는데 무슨 득점이냐는 것이었다.

양팀은 전날 우천 끝에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이날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5회 0-0 상황부터 경기를 재개했던 터였다. 한 점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심판진은 4심 합의끝에 오심을 인정하고 경동고의 득점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으나 '열혈남아' 김성한 군산상고 감독은 강력히 항의하며 번복을 요구했다.

4심은 재합의를 거쳐 경동고의 득점은 인정하지 않고 주자는 3루에 되돌려 놓는 중재안을 내놨다. 그러자 경동고가 분개했다. 합법적인 득점인데 이런 몰상식한 경우가 어딨냐는 얘기였다.

약 30여분간 중단된 이 경기의 최종 합의점은 어이없게도 1사 만루, 경동고 김경근의 타석으로 '원상복구' 시키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도저히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한 심판진은 아예 중간의 상황을 무시하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갔다. 세상에 이런 코미디도 없었다.

경동고는 결국 김경근의 내야 땅볼 때 1점을 뽑아 '소원성취'를 했다.

이 장면을 처음부터 지켜봤던 프로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이구동성으로 "30년 야구 인생 중에 이런 장면은 정말 처음 본다"며 혀를 찼다. 관중, 선수 등 동대문 구장을 찾은 모든 이들을 모욕시킨 한심한 작태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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