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15 19:40
수정 : 2013.05.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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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넥센 박병호, SK 최정, 한화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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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팀 전력분석관 설문
전력분석관 9명 중 5명이 꼽아
“선구안 좋아 어떤 공이든 소화”
SK 최정·한화 김태균이 뒤이어
“박병호다.”
프로야구 9개 구단 전력분석 담당자는 ‘매의 눈’으로 통한다. 상대 선수들의 상태나 기량 등을 손금 들여다보듯 분석한다. 그런데 이들이 놀라움으로 평가한 타자가 있다. 바로 넥센의 4번 박병호(27)다. <한겨레>가 각 팀 전력분석 담당자에게 소속팀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8개 팀의 최고 타자를 묻자 나온 결론이다. 5명이 박병호를 꼽았고 3명이 에스케이(SK) 최정(26), 1명이 한화 김태균(31)을 지목했다.
박병호의 변신이 무서웠다. 박주언 에스케이 전력분석 코치는 “몇 년 전부터 지켜봐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정도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쪽이든 바깥쪽이든 쉽게 무너지지 않고 쳐내는 박병호만의 타격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타격에도 변화를 주었다. 아래서 위로 치는 어퍼 스윙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가능한 한 지면과 수평을 이뤄서 치는 레벨 스윙을 시작했다. 레벨 스윙은 제대로 공을 맞혔을 경우 직선 타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게 공을 보낼 수는 있지만 홈런을 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힘이 좋은 박병호는 레벨 스윙으로 홈런을 쳐낸다.
몸쪽 공 적응과 선구안이 좋아진 것도 특징이다. 2011년만 해도 박병호는 헛스윙 삼진을 많이 당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몸쪽 약점을 보완하고 선구안을 개선했다. 전력분석 담당자들은 “유인구에 몸이 딸려 나가지 않고, 투수들이 몸쪽으로 던져도 쉽게 잡아내지 못한다. 투수가 마음 놓고 던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붙박이 4번 타자의 심리적 안정감도 큰 힘이다. 엘지(LG)에 몸담았던 2010년 당시 박병호는 78경기에 출장했다. 들쑥날쑥 타석에 서면서 당시 타율은 0.188에 그쳤다. 하지만 2011년 넥센 이적 이후 지난해 홈런왕에 올랐고, 올해는 3할대를 유지하고 있다. 홈런은 9개로 3위다.
박병호는 연구하는 타자다. 유필선 두산 전력분석 과장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상대 투수를 분석한다. 타석에 들어서도 팀 전력분석원과 교감하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에스케이의 최정도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스윙 궤적이 짧아 모든 공에 대처할 수 있고, 공을 몸에 붙이고 타구에 힘을 실을 줄도 안다. 임진수 넥센 전력분석 팀장은 “최정은 몸쪽 공도 잘 친다. 다른 타자들에 비해 약점이 적다”고 높이 평가했다. 최정은 3년 동안 20홈런 이상 꾸준히 때려 내고 있다. 정진석 엔씨(NC) 전력분석 차장은 “최정은 실투를 놓치지 않고 치는 좋은 선수로 언제든지 3할에 20홈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비해 힘도 좋아진 최정은 현재 타율(0.354) 4위, 홈런 1위(10개), 타점 1위(35개), 장타율(0.690)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타율(0.320) 11위인 김태균은 출루율(0.463) 2위, 볼넷(25개) 1위. 힘 좋은 외국인 타자보다 타격 포인트가 더 뒤에 형성돼 있어 공을 오래 보고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격 시점에 원래 자세에서 한쪽 다리를 조금 더 벌리는 동작(스트라이드) 없이 때리는 폼은 모든 구종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노석기 엘지 전력분석 차장은 “공을 오래 볼 수 있어 다른 선수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뉴시스
도움 주신 분: 김진규(한화) 노석기(엘지) 박종하(기아) 박주언(에스케이) 신동주(삼성) 유필선(두산) 임진수(넥센) 정진석(엔씨) 조승현(롯데) 전력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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