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절스 2피안타 제압
사사구 없이 삼진 7개도
5만관중 기립박수 열광
6승 챙기며 신인 최다승 한국인으론 세번째 완봉
빅리그 데뷔시즌엔 최초 “그는 슈퍼스타다.” 팀 동료 맷 켐프의 말처럼 시속 153㎞의 강속구 투수는 미국 전역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9이닝 완봉승을 이루자 5만여 관중은 기립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정작 주인공은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은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엘에이(LA) 다저스의 ‘괴물’ 류현진(26)이 29일(한국시각) 안방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엘에이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최고의 피칭으로 3-0,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앨버트 푸홀스, 마크 트럼보, 마이크 트라우트 등 최강 타선을 상대로 안타 2개만 내주고 삼진 7개를 뽑아냈다. 공 113개를 던져 29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사사구는 1개도 없었다. 6승(2패)째를 올리며 방어율은 2.89로 낮췄다. 동료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5승3패)를 제친 팀내 다승 선두다. 제구와 완급조절의 대가 류현진은 이날 최고 구속 153㎞의 강력한 직구를 앞세워 경기를 지배했다. 초반부터 직구 위주로 나가 타자들을 힘으로 눌렀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준비한 타자들은 땅볼과 뜬공으로 물러났다. 타자들이 직구에 익숙해진 후반에는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던지며 삼진을 빼앗았다. 직구 평균구속(147㎞)과 체인지업 평균구속(123㎞)의 차이는 시즌 최대인 24㎞였다. 류현진의 구속은 9회말까지 151㎞를 찍으며 완봉을 완성했다. 하일성 <케이비에스 엔>(KBS N) 해설위원은 “직구가 살아있기 때문에 완봉이 가능했다. 변화구로 히팅 포인트를 뒤로 두고, 바깥쪽 빠른 직구로 카운트를 잡은 다음, 체인지업으로 다시 타이밍을 뺏는 패턴이 효과적이었다. 한 타자도 류현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 위원은 “완급조절, 제구, 경기운영에서 이미 최고 수준인 류현진이 오늘 같은 직구만 꾸준히 던지고 팀 타선이 조금만 도와주면 무조건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류현진은 “앞으로도 강속구를 계속 던지도록 하겠다”며 강속구 투수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빅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빠른 직구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 허구연 <문화방송>(MBC)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구속이 가장 빨랐을 때가 데뷔 첫해인 2006년이었다. 그 후에는 체력 안배와 부상 방지 등으로 강약 조절을 했던 것이다. 오늘 같은 직구를 던지는 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류현진이 원래 강속구 투수였음을 지적했다. 이날 경기는 <이에스피엔>(ESPN)을 통해 전국에 중계돼 완봉은 더 값졌다. 앞서 메이저리그에서 완봉승을 거둔 한국인 선수로는 다저스(2000, 2001) 시절 두차례와 샌디에이고(2006) 시절 한차례 등 세차례를 기록한 박찬호와 2005년 콜로라도에서 한차례를 기록한 김선우가 있다. 둘의 완봉승은 데뷔 이후 각각 6년, 4년이 걸렸지만 류현진은 데뷔 11경기 만에 완봉을 했다. 아시아 출신으로 시야를 넓히면, 데뷔 첫해 완봉승을 한 투수로 1995년의 노모 히데오와 2008년의 구로다 히로키(이상 다저스)가 있었다. 그러나 다르빗슈 유(텍사스), 마쓰자카 다이스케(클리블랜드),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천웨이인(볼티모어) 등 다른 아시아 특급은 아직 완봉승이 없다. 류현진은 다양한 기록을 쏟아냈다. 지금까지 11경기 중 가장 적은 2개의 안타만 내줬고, 처음으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2회초 원아웃에서 8회 투아웃 상황까지 19타자를 연속 범퇴 처리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한국 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투수가 11경기 만에 완봉승을 거뒀다는 것은 모두의 예상을 깬 놀라운 성적”이라며 “건강하기만 하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6월3일 오전 5시10분 콜로라도 원정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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