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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45) 넥센 감독, 사진 넥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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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돌풍 원동력 ‘염경엽 리더십’
열공의 결과 ‘보물노트 7권’작전기술부터 야구철학까지
프런트·코치 거친 16년의 기록 대화 통한 ‘합리적 팀 운영’
“감독이 코치·선수에게 맞춰야
몸이 안 좋으면 쉬는 게 우선” 작전은 ‘세밀하고 과감하게’
견제·주루 등 꼼꼼한 플레이 강조
예상밖 ‘히트앤드런’으로 허찌르기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미팅을 하고 있는 염경엽(45·사진) 넥센 감독의 뒷모습은 왜소했다. 개막전 때 64㎏이었던 염 감독의 몸무게는 최근 5㎏이나 빠졌다. 초반 예상을 깨고 삼성과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넥센의 사령탑이 치러야 하는 비용인가? 7일 오후 서울목동야구장 홈팀 더그아웃 쪽으로 나 있는 감독실 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무릎에 컴퓨터를 얹고 열심히 보고 있는 염 감독의 모습이 보였다. 기아와 3연전을 앞두고 ‘열공’중이었다. “저는 합리적이고 소통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염 감독은 감독 한명에게 코치와 선수 80명이 맞추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는 “내가 팀에 맞춰 가면서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메우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취임 이후 끊임없이 코치진과 선수, 선수와 선수끼리 소통을 강조한다. 염 감독은 2일 잠실 두산전에서 역전패당한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넥센은 1회초 3점을 먼저 뽑은 뒤 계속된 1사 3루 득점 기회에서 땅볼이 나와 3루 주자가 3루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웃당했다. 추가점을 뽑아야 할 시점에서 점수를 못 내자 곧바로 두산에 동점을 허용한 뒤 4-11로 대패했다. 염 감독은 “수비팀 선수들끼리 서로 소통을 해 도루하는 주자를 잡아냈다면 더 이상 도루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센은 두산과 2연전에서 도루 6개를 허용했다. 염 감독은 매 경기 승률에 민감하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에 지면 아쉬움이 크다. 그는 최근 엔씨(NC)에 1패, 두산에 2패를 당한 뒤 “이길 확률이 높았던 경기에 져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경기에 진 날이면 혼자 목동 감독실에서 몇 번이고 진 경기를 살펴본다. 그리고 왜 졌는지 꼼꼼하게 원인을 파악한다. 다음날 코치와 선수들에게 경기에 진 이유와 당시 상황이 경기에서 갖는 의미를 설명한다. 4일 삼성전이 있던 날 선수들과 그라운드 미팅을 했다. “세밀함에서 무너져서 졌다. 이런 부분이 앞으로 우리가 채워가야 할 부분이다.” 1997년 이후 프런트와 코치를 거치면서 매일 작성한 염 감독의 노트에는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전체적인 흐름과 중요한 포인트가 기록돼 있다. “야구를 계속해야 될지 그만둬야 될지 선택의 시기에서 제2의 인생은 인정받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해서 메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격이 꼼꼼한 편인 염 감독은 이때부터 틈만 나면 메모를 했다. 염 감독이 아끼는 ‘보물 노트’ 7권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세밀한 작전에서부터 코칭 기술, 야구 철학까지 빼곡히 적혀 있다. 염 감독은 2010부터 2011년까지 2년 동안 엘지에서 수비 코치를 맡다가 2012년에 김시진 감독의 부름을 받고 넥센에서 작전과 주루 코치를 맡았다. 염 감독은 당시 팀 도루 99개로 꼴찌였던 넥센을 2012년 179개 1위로 올려놨다. 염 감독은 “그렇게 준비했던 자료들을 지금 잘 써먹고 있다”며 웃었다. 주루 코치 출신인 염 감독은 다양하고 과감한 작전을 구사한다. 지난달 25일 롯데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김민성이 번트를 할 듯하다가 강공으로 돌아섰다. 상대 허를 찌른 히트앤드런 작전으로 극적인 4-3 승리를 일궈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잘못하면 삼중살을 당할 수 있는데도 히트앤드런을 걸어 더블스틸을 성공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염 감독은 과감한 작전을 많이 펼치고 선수들이 잘 소화한다”며 작전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몸이 좋지 않으면 쉬어라”고 말한다. 여름철 선수들의 체력 관리도 미리 신경써 챙긴다. 그는 “그때 닥쳐서 선수를 쉬게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방전된 상태에서 다시 몸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염 감독은 야구를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구단 프런트, 스카우터, 코치 등을 맡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1991년 태평양 돌핀스를 시작으로 2000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선수 염경엽’은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다. 그는 10년 동안 선수로 뛰면서 895경기에 출장해 통산 타율 0.195를 기록했다. 선수 생활을 접은 그는 2001년부터 7년 동안 현대에서 스카우터로 활동했다. 그 기간 동안 해외에 나가 있었던 기간을 합치면 2년 가까이 된다. 그는 “유학생활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당시 메이저리그 경기와 훈련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것이 지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프런트 생활을 계속할지 고민하다 2007년 엘지 수비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 길을 걸었다. 그는 처음부터 감독을 꿈꾸지는 않았다. “나 같은 경력으로는 감독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독은 아예 생각을 안 했죠.” 염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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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45) 넥센 감독, 사진 넥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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