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6.17 19:46 수정 : 2013.06.17 19:46

김기태 감독(오른쪽)

허승 기자의 풀카운트

지금 가장 뜨거운 팀은 엘지(LG)다. 지난달 7위였다가 무섭게 치고 올라와 어느새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다. 6월 들어 11승2패. 팀 방어율 1위(3.58), 팀 타율 2위(0.283)로 투타 밸런스가 가장 안정된 팀이다. 최근 7연승에 선수들은 “이제는 지고 있어도 도저히 질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17일 현재 엘지는 3위. 엘지는 지난해 6월17일 공동 2위였고, 2011년 6월17일 4위였다. 지금 순위는 낯설지 않다. 2002년을 마지막으로 10년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엘지는 매년 시즌 초반 “올해는 다르다”고 외쳤다. 그런데 시즌이 끝날 땐 최종 순위표의 아래를 차지한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의미의 ‘디티디(Down Team Down)’라는 신조어도 얻었다.

지난 10년 간 엘지를 괴롭힌 것은 팀워크였다. 선수들은 감독을 불신했고, 동료들끼리 융화되지 못했다. 지금 엘지는 ‘하나의 팀’으로 변신하고 있다. 4일 기아 전에서 1루수 문선재는 포수 자원이 떨어지자 포수 마스크를 썼고 투수 임정우는 대주자로 나가 역전승을 일궈냈다. 16일 넥센전에서는 봉중근이 5-4, 1점차로 앞선 9회초 1사 만루위기에서 강정호를 병살타로 막아 승리를 지켰다. 봉중근은 “무조건 병살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는데, 동료 야수에 대한 믿음 없이는 쉽게 던질 수 없는 유인구였다.

엘지의 변화 뒤에는 김기태(사진 오른쪽) 감독의 고민이 있다. 김 감독은 “팀이 너무 잘 나가면 잘 나갈수록 감독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더 커진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잘 나갈수록 조심하면서 ‘불안과 걱정을’ 껴안고 산다. 지난해 처음으로 사령탑에 오른 ‘초보’ 감독으로 시즌 초반 무서운 상승세를 탔지만 급격히 무너진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러나 티내지 않는다.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고 17일 마산행 버스에 몸을 실은 그는 “선수들이 걱정 없이 실력을 잘 발휘하도록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했다. 지난달 임찬규의 방송진행자 물벼락 세례 비난에 대해서는, “선수는 내 자식과 같다. 모든 건 감독의 잘못”이라며 감싸 안았다.

엘지는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듬직한 맏형처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김기태 감독 아래 엘지가 더욱 ‘팀’다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사진 뉴시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