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20 21:00
수정 : 2013.06.2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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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전 3회초 3점포 ‘펑’
시즌 7호…한국 통산최다 대기록
“열심히 달려온 결과…400홈런 치겠다”
352. 전광판이 번쩍이고, 그 앞으로 라이언킹 이승엽(37·삼성)이 신나게 뛴다. 기록을 앞둔 압박감에서 벗어난 듯 편안한 표정이다. 이승엽이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에스케이(SK)와의 경기에서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이승엽은 1-1이던 3회 1사 1·3루에서 상대 선발 윤희상의 5구째 시속 143㎞짜리 직구를 밀어쳤고, 비거리 120m의 공은 왼쪽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시즌 7호 홈런이자 한국 신기록인 352호 홈런. 2004~2011년 일본에서 올린 159홈런을 포함해 한·일 프로야구 통산 511개다. 이승엽은 “열심히 달려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이날 354일 만에 4번 타순에 자리잡았다. 1회 첫 타석에선 1루수 땅볼로 물러난 뒤 두번째 타석에서 대포를 쏘아올렸다. 예상보다 빨리 터진 352호다. 지난주 이승엽은 350과 351 홈런을 이틀 연달아 때린 뒤 “지금의 타격감이라면 10경기는 지나야 다시 홈런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이승엽의 홈런 페이스는 더뎠다. 전날까지 팀이 55경기를 치렀으나 홈런은 6개뿐이었다. 예년에 견주면 생산력은 떨어졌다. 그래서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도 이승엽은 말을 아꼈다. 홈런왕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5월과 6월에 특히 강한 이승엽은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역대 홈런 기록을 봐도 5월과 6월에 80과 81개로 홈런이 가장 많았다. 올 시즌도 초반 부진했던 방망이가 5월에 살아나며 월간타율 0.282를 기록했다. 예년과 달리 6월 들어 타율이 1할도 안 될 정도로 침묵했지만 홈런 역사를 다시 쓰며 부진 탈출을 예고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연습하는 걸 보니 다른 날보다 몸이 가벼웠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허리가 부드럽고 유연하다. 손목 힘이 좋아 방망이 끝에 온 힘을 싣는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지난해 “이승엽이 일본 진출 전 힘으로만 홈런을 쳤다면 지금은 투수의 공배합을 읽어가며 기술로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긴다”고 했다. 노력을 통해 몸이 아닌 머리로 홈런을 생산한다는 뜻이다. 성실함은 이승엽의 가장 큰 무기다. 1995년 스프링 캠프 뒤 좌완 유망주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이승엽은 1995년과 1996년엔 13개와 9개로 홈런 잘 치는 타자는 아니었지만, 1997년부터 7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터뜨리는 거포로 거듭났다. 타법도 한몫했다. 그는 일본의 오 사다하루(왕정치)를 가르친 스승에게 외다리타법을 전수받았다. 방망이를 길게 잡고 외다리타법으로 바꾸면서 장거리 타자로 변모했다.
이승엽의 기록은 한동안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에 이어 통산 홈런 부문 2위는 양준혁(351개), 3위 장종훈(340개), 4위 심정수(328개)는 모두 은퇴 선수여서 뛰어넘을 기회가 없다. 현직 선수는 5위 박경완(314개·SK), 6위 송지만(310개·넥센), 8위 김동주(273개·두산)가 있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이승엽이 몸 관리를 잘해 마흔다섯살이 넘도록 국내에서 통산 500개를 넘는 홈런을 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홈런왕 박병호(넥센)는 “승엽 형처럼 꾸준한 성적을 내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축하했다.
이승엽은 지금껏 세운 홈런 기록 중 “2003년 56호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352홈런 가운데 206개를 안방인 대구구장에서 쏘아올렸지만 홈런 역사는 지금껏 13개 나온 문학구장에서 세웠다. 이승엽이 기록을 세울 때마다 등장한 잠자리채로 재미있는 일도 벌어진다. 도망다니던 채무자가 잠자리채를 들고 나타났다가 화면에 잡혀 경찰에 신고를 당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승엽은 “400홈런이 목표”라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이승엽 홈런인생 18년
1995년 5월2일 해태 상대 첫 홈런
일본 포함 통산홈런은 511개 기록
이승엽이 일본에서 친 홈런까지 합치면 통산 511개다. 메이저리그에서 배리 본즈가 22년 동안 2986경기에서 작성한 762개보다 적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오 사다하루가 22년 동안 뛰면서 2831경기에서 홈런 868개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경기수나 기간에 비하면 이승엽의 홈런 폭발력은 순도가 높다. 국내 11시즌 1324경기에서 352개를 쳤다.
이승엽은 2003년 6월22일 대구에서 에스케이(SK) 투수 김원형을 상대로 1점 홈런을 쏘아올려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 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10월2일 대구 롯데전에서 투수 이정민한테 시즌 56호 홈런을 뽑아내, 오 사다하루가 1964년에 작성한 55개보다 1개 많은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승엽은 2004년부터 8년 동안 일본 롯데와 요미우리, 오릭스에서 활동했고, 복귀한 지난해 7월29일 목동 넥센전에서 한·일 통산 500홈런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프로 최초로 8년 연속 20홈런을 쏘았다. 이승엽은 요즘 어쩌다 한방씩 날린다. 옛날 이승엽만 생각하면 언제나 뻥뻥 때려줄 것 같은데, 이젠 그렇지 않아 더 가치가 크다. 이승엽이 손에 쥔 34인치(86.36㎝), 900그램의 방망이가 공을 담장으로 넘길 때마다 한국 야구 역사는 새로 쓰여진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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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호 홈런 이승엽 인터뷰
“400 홈런이 목표”
20일 문학 에스케이전에서 개인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갈아치운 이승엽(27·삼성)은 “400홈런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칠 수도, 못 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정도는 치고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경기전 연습할 때 타격감이 좋았다. 그는 3회초 타석에서 “포크볼 아니면 직구가 들어올 타임에 직구가 들어왔다. 타구를 맞혔을때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타격을 한 뒤 수비수가 점프를 해 타구가 잡힌줄 알았다”면서도 “베이스를 돌땐 들뜨지는 않았고 지금까지 쳐온 홈런 중에 하나”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지난 15일 엔씨전에서 개인 통산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작성한 뒤 삼진을 많이 당했다. 그는 “타격감이 올라오면 그게 계속 유지돼야 되는데, 그렇지 않아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며 예전같지 않은 타격감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승엽은 이날 “홈런을 쳐야한다는 부담은 전혀 없었다. 단지 주중 마지막 경기라서 많이 긴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홈런을 얻어맞은 투수 윤희상에게 “개인적으로는 미안할 수 있지만, 프로는 서로 최선을 다해야해서 미안한 마음은 없다”고 했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당시에는 홈런 기록에 대해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는 “최선을 다해 1군에 들어가는게 목표였다. 18년이 지난 지금 그 보다 훨씬 좋은 결과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친 홈런 중에서 “56호, 2002년 마지막 타석 때 홈런, 프로 통산 첫 홈런이 제일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5년 정도는 더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속내를 밝혔다.
이승엽은 항상 힘내라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타이기록을 세운뒤 삼진을 당할 때, ‘못쳐도 좋다’고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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