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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25 19:34 수정 : 2013.06.25 19:34

허승 기자

허승 기자의 풀카운트

1980~90년대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선수라면 ‘국보급 투수’ 선동열, ‘바람의 아들’ 이종범을 꼽을 수 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마운드를 지배하는 강력한 선발 투수, 언제 터질지 모를 다이너마이트 강타자가 인기가 높았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책임진 고 최동원이 그랬고, 전국에 잠자리채 열풍을 가져온 ‘홈런왕’ 이승엽도 같은 범주다.

2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3 프로야구 올스타 팬투표 2차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최다 득표 1위는 75만9997표를 얻은 삼성의 오승환이고, 그 뒤를 엘지(LG)의 봉중근이 72만8684표로 바짝 뒤쫓고 있다. 구원투수끼리 최다 득표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구원투수가 올스타 팬투표 1위를 차지한 적은 한번도 없다. 선발투수를 제치고 팬투표로 올스타에 선정된 적조차 없다. 이번 올스타 팬투표는 기존 야수 8개 부문과 지명타자, 선발투수에 더해 구원투수 부문이 새로 추가돼 총 11개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달라진 구원투수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최근 2년간 통합우승을 일구고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삼성은 명실상부한 최강의 팀이다. 그런데 삼성의 간판스타는 4번 타자 최형우도, 돌아온 ‘라이언 킹’ 이승엽도,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도 아닌 마무리 오승환이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돌풍의 팀 엘지도 최고의 인기스타는 ‘봉의사’ 봉중근이다. 바야흐로 구원투수 전성시대라 불릴 만하다.

강력한 마무리투수가 강팀의 상징이 됐다. 기아가 리그 1위를 질주하던 지난달 선동열 기아 감독은 “기아는 아직 강팀이 아니다”고 수차례 말했다. 당시 홈런 1위를 달리던 최희섭과 방어율 1위를 달리던 양현종이 투타에서 버티고 있었음에도 선 감독은 “오승환 같은 강한 불펜이 뒷문을 지키는 삼성이 진짜 강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승환, 손승락(넥센), 봉중근처럼 믿을 만한 마무리를 보유한 팀이 리그 최고의 타자 최정을 보유한 에스케이(SK)를 따돌리고 리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9회말 박빙 우세를 지켜 상대 팬들의 역전 기대감을 무참히 짓밟고, 응원 팬들에겐 짜릿한 승리를 안기는 것은 오직 마무리투수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구원투수의 위상과 인기가 높아진 오늘, 메이저리그의 롤레이즈 구원상처럼, 우리도 기록 타이틀(구원왕)과는 다른 독립적인 구원투수상을 제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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