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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28 19:45 수정 : 2013.07.30 15:13

한국인 1만여명 파도타기 응원
류현진-추신수 대결 땐 환호성

3차례 맞승부 ‘1볼넷 무안타’
류, 추 봉쇄하고 시즌 9승째
삼진 9개로 100K 고지 넘어

“맞붙어본 적이 없어 나도 잘 모른다.” 신시내티 선수들이 류현진을 궁금해하자, 추신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배려 차원이 아니다. 2001년 마이너리그에서부터 뛴 추신수와 올해 미국에 진출한 류현진은 2009년과 2010년 대표팀에서 동료로 뛴 적은 있지만, 한번도 맞선 적은 없다. “전력분석 비디오로 보는 것과 직접 상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던 추신수에게도 메이저리그 후배 류현진은 공략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기차는 괴물에 막혀 달리지 못했다.

28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인 메이저리거 맞대결에서 ‘추추트레인’ 추신수(31·신시내티)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다저스)에게 완패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3㎞나 나온 동생의 힘 있는 공에 2타수(총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꽁꽁 묶였다. 시즌 타율은 0.285로 떨어졌다. 동생은 9승째(3패)를 챙기며 목표인 두자릿수 승수에 1승을 남겨뒀다. 한국 팬들은 추신수가 타석에 설 때마다 박수를 보냈지만 삼진으로 돌아설 땐 안타까운 듯 침묵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결과에 굉장히 만족한다. 신수 형이 안타를 못 친 건 아쉽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류현진이 경기를 지배했다”고 했다. 류현진은 1회 추신수를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2회는 제이 브루스에게 홈런까지 맞았지만 이후 흔들리지 않고 7이닝을 2피안타, 1피홈런, 1실점으로 호투했다. 3회 2사 상황에서 상대 크리스 하이지에게 3루타를 허용한 뒤로는 13타자를 연속 범타로 요리했다. 삼진도 메이저리그 진출 후 두번째로 많은 9개를 잡아내 100K(105개) 고지를 넘었다. 조이 보토 등 신시내티 중심타선을 10타수 1안타(1홈런)로 가볍게 처리하며 평균자책점도 3.14로 낮췄다. <이에스피엔>은 “안방 10경기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 1.83으로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고 호평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묵직한 직구를 만나 더 위력적이었다. 최근 직구 구속이 떨어졌던 류현진은 149~151㎞의 힘 있는 공을 계속 뿌렸다. 3회 2사 3루 위기 상황에서 보토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도 구속 153㎞의 직구였다. 상대편인 더스티 베이커 신시내티 감독조차 “류현진의 직구가 체인지업을 던진 뒤에 구사될 때는 더 빨라 보였다”고 감탄했다. 직구에 힘이 생기자 최근 제구가 잘 안됐던 체인지업도 살아났다. 투구수 109개 중에서 46개가 패스트볼이었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각각 29개와 25개로 변화구가 더 많았다. 아웃카운트 21개 중 체인지업으로만 절반에 가까운 10개를 잡아냈다.

영리한 볼배합 등 경기운영 능력도 돋보였다. 류현진은 체인지업으로 왼손 타자에 대한 약점을 극복했다. 왼손 타자를 상대로는 잘 던지지 않던 체인지업을 과감히 던지며 땅볼(11개)을 유도해 냈다. 3회 추신수를 체인지업으로 땅볼로 솎아냈고, 7회 브루스와의 승부에서도 체인지업으로 1루 땅볼로 잡았다. 추신수는 “1회 첫 타석 때는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졌는데 두번째 타석에는 체인지업이 왔다. 직구인 줄 알고 배트가 나갔다”며 “당했다”고 말했다. 브루스는 메이저리그 공식 누리집에서 “타순이 한 바퀴 돈 뒤 왼손 타자에게 직구를 한 개도 안 던졌다”며 놀라워했다. 베이커 감독은 왼손 투수 류현진에 맞서 1~6번 타순을 좌타자와 우타자를 번갈아 투입하는 지그재그 타선으로 맞불을 놓았지만 신시내티 타선은 2안타, 1득점에 그쳤다. 류현진의 활약에 힘입어 신시내티를 4-1로 누르고 1패 뒤 2연승을 달린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자리(55승)를 지키며, 애리조나와의 격차를 1.4경기 차로 벌렸다.

는 “많은 한국팬이 몰려 ‘임시 서울’이 된 다저스타디움에서 류현진이 최고의 역투를 선사했다”고 분석했다. 역대 15번째 한국인 투타 맞대결에 다저스타디움은 코리안 물결이었다. 마운드에 류현진, 타석에 추신수가 들어설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했고, 파도타기로 류현진의 호투를 응원했다. 5만2675석이 매진됐고 그중 한국 팬만 1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29일에는 소녀시대가 시구를 하고, 경기 시작 30분 전에는 태권도 격파 시범도 선보인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두 선수 모두 진검승부를 펼쳤다. 승패를 떠나 두 사람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이 상황 자체가 감격적”이라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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