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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떠나고 김광현·윤석민 부진 ② 20-20 가능한 호타준족
타격 분업에 좌타자 전향 많은 탓 ③ 선동열-최동원 같은 라이벌
팀 신경전 있지만 선수경쟁 약화 31일까지 프로야구는 시즌 400만 관중을 동원했다. 세계야구클래식(WBC) 조기 탈락, 9구단 체제 등이 흥행에 타격을 줄까 우려도 있었지만 팬들은 변함없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3무(無) 때문이다. ■ 특급 에이스가 없다경기를 지배하는 압도적인 에이스의 투구는 최고의 볼거리다. 과거 한화의 류현진이나 2010년의 김광현(SK), 2011년의 윤석민(KIA)이 그런 존재였다. 올해 그런 특급 에이스가 보이지 않는다. 방어율 1위 기아 양현종이 전반기 9승1패, 방어율 2.30으로 맹활약했지만 6월28일 대구 삼성전에서 옆구리 부상을 당한 뒤 결장중이다. 선발 12경기(전체 14경기)에서 74⅔이닝(전체 82이닝)을 소화했지만 퀄리티스타트는 7번에 그친 게 아쉽다. 현재 2명의 10승 투수와 4명의 2점대 방어율 투수가 있지만 양현종의 결장이 한달이 넘은 지금도 그를 뛰어넘는 성적을 보여준 투수는 없다. 성적만큼 중요한 것이 에이스의 위압감. 에이스가 등판하는 날 응원팀 팬들은 ‘오늘은 이기겠구나’ 생각하고, 상대팀 팬들은 ‘오늘은 어렵겠구나’ 겁을 먹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올 시즌 그런 카리스마를 풍기는 선발투수는 보이지 않는다. ■ 호타준족이 없다 승부를 하자니 한방이 무섭고, 내보내자니 다리가 무서운 호타준족 타자는 팬들의 머리까지 복잡하게 만드는 야구의 묘미다. 현역 시절의 박재홍 <엠비시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이나 이종범 한화 코치는 한국 야구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대표적인 호타준족이다. 그런 호타준족 타자가 갈수록 안 보인다. 최정(SK)만이 18홈런-14도루로 고군분투한다. 넥센 박병호와 강정호는 지난 시즌 20홈런, 20도루 이상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엔 도루 4개, 7개에 그치고 있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타격 분업화와 아마 야구 때부터 파워 있는 우타자를 좌타자로 전향시키는 흐름이 호타준족의 등장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 라이벌이 없다 엘넥라시코(엘지-넥센)에 올 시즌 시작된 경남 라이벌(롯데-엔씨)까지 그 어느 때보다 라이벌팀은 풍성하다. 그러나 선동열과 최동원, 이승엽과 심정수 등 리그를 수놓았던 운명의 라이벌이 안 보인다. 지난 시즌까지도 관심의 대상이었던 류현진과 김광현의 동갑내기 좌완 특급 라이벌도 류현진의 미국 진출로 사라졌다. 박동희 <엠비시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일본에서는 지금도 닛폰햄의 사이토 유키와 라쿠텐의 다나카 마사히로라는 동갑내기 라이벌이 리그 흥행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라이벌 구도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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