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8.20 19:14
수정 : 2013.08.20 22:43
류현진, 말린스전 7⅓이닝 3실점
신인왕 경쟁 페르난데스에 패배
연속 3안타 두차례 허용이 패인
4회 투수 페르난데스에 안타 맞고
갑자기 무너지며 순식간에 2실점
“경기 내내 그게 마음에 걸렸다.”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잊히지 않았다. 3회 2사 뒤 3연속 안타로 2실점. 빌미가 된 첫 안타를 내셔널리그 신인왕 경쟁자 호세 페르난데스(21·마이애미 말린스)에게 내줘 더 아팠다. 천하의 류현진(26·엘에이 다저스)도 후회를 드러냈다. 시속 150㎞가 넘는 속도로 휙휙 휘어 들어오는 공 앞에 다저스의 또다른 신인왕 경쟁자 야시엘 푸이그도 당했다. 페르난데스에게 3타수 무안타(전체 5타수 무안타).
류현진이 2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원정 1차전에서 7⅓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았으나 6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18번째 퀄리티스타트에도 팀은 2-6으로 졌다. 8회말 1사 2-3 상황에서 내려온 류현진은 4패(12승)째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2.91에서 2.95로 올라갔다. 승리투수인 페르난데스는 9승5패, 평균자책점 2.41.
■ 류현진, 페르난데스를 의식하다 페르난데스는 6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보다 적은 6이닝을 던졌지만 자책점을 1점만 내줬다. 특히 류현진이 리그 최약체 마이애미 타선을 상대한 것과 달리 페르난데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막강 다저스 타선을 상대로 위력투를 선보였다. 페르난데스는 신인왕 경쟁에서 류현진이 살아남기 위해서 팀 동료 푸이그와 함께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다. 메이저리그 누리집 ‘엠엘비닷컴’(mlb.com)도 맷 하비와 붙었던 14일 뉴욕 메츠전에 이어 또 한번 이 경기를 ‘에이스 오프’ 매치로 예고할 정도로 류현진과 페르난데스의 맞대결은 큰 관심을 모았다.
류현진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3회말, 6회말 두번의 3타자 연속 피안타는 페르난데스와의 투타 맞대결 직후 나왔다. 류현진은 6회초 2사 1·2루에 타석에 나와 페르난데스에게 삼진을 당한 뒤 6회말 3연타석 안타를 맞았다. 류현진은 이날 패배로 1995년의 노모 히데오(13승6패·다저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13승 달성에도 실패했다. 팀은 6월22일 샌디에이고전 2연패 이후 52경기, 약 두달 만에 연패를 당했다.
■ 멘탈이 흔들렸나? 류현진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실점을 최소화한다. 위기관리 능력이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3회말 2아웃까지 8타자 연속으로 안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경기를 잘 끌어온 류현진은 타율이 0.132에 불과했던 투수 페르난데스가 9번 타석에 들어왔을 때 흔들렸다. 류현진은 경기 뒤 “3회 투수한테 안타 맞은 게 가장 큰 실수였다. 그게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후 8타자를 연속 범퇴 처리하며 안정감을 찾았지만 2-2로 추격한 6회 1아웃 뒤 또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결국 결승점을 내줬다.
■ 원정경기 적응은 청신호 류현진은 선발투수로서는 호투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3타자 연속 안타를 맞긴 했지만 오늘 류현진은 잘 던졌다”며 공격력이 따르지 않은 것이 패인이었다고 평했다.
류현진의 호투는 원정 1차전이어서 더 의미있다. 류현진은 원정경기 1차전 선발로 나선 지난 2번의 경기에서 6회를 채 버티지 못하고 평균자책점은 5.26을 기록했다. 원정 2차전 등판한 4경기에서 5.09, 3차전 이후 등판한 6경기에서 3.94의 평균자책점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장거리 이동을 한 직후 바로 치르는 원정 1차전은 분명 부담이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비록 시차는 없었지만 류현진은 전날 필라델피아에서 2000㎞ 가까운 거리를 이동한 다음날 선발 등판해 제 몫을 다한 것이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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